기말고사 점수 만족하십니까

어머님께 묻습니다

by 눈항아리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고등학생 어머님에게 묻습니다.


아이의 점수에 얼마나 쿨하십니까?

아이의 점수 얼마면 만족하시겠습니까?


나는 초월자.


아이의 그저 그런 점수, 그저 그런 변명, 그저 그런 노력에 두 손 두 발 다 든.


나는 점수를 초월한 엄마입니다.


정신줄 놓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정신을 놓을 뻔하였지만 잘 추스르고 있지요.


어떡하겠습니까, 목줄을 채워 의자 앞에 앉힐 나이는 아니니까요.

참 그 아들은 고등학생입니다.



봄철엔 콧물이 줄줄 흘러 답지에 콧물 구멍이 난다고 했지요.

똥을 줄줄 싸느라 화장실에 뛰어가야 하는 건 사시사철입니다.

뱃속이 부글거릴까 아침도 못 먹는 아들에게 구운 계란 하나를 건넸습니다.

시험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시험 기간에 미리 병원 약을 먹는 것은 어떤가 했지만, 아이는 한사코 거부합니다.

약은 무슨 요, 아이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겨내기는요, 그저 실력을 감추는 교묘한 위장술일 수도 있습니다.

잠이 마구 쏟아지니 3교시에 시험을 보려면 1교시에는 잠을 자서 2교시부터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는 아이입니다.

그냥 커피를 마시지 그러냐고 했더니 한사코 사양합니다.

학교에 파는 카페인 음료가 있는데 자신은 싫답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시험 보는 전날에는 가족 중 가장 먼저 씻고 가장 먼저 잠을 잡니다.

시험공부는요? 몰라요.

누구는 밤을 새우느냐 안 새느냐 그런다는데

우리 아들은 밤 잠을 잘 자서 컨디션을 최상으로 이끌어내야 하거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거든요.



그래도 나름 저도 부모인데, 아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했지요.

“아들 아빠는 네가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점수가 그 모양 이래. 엄마는 네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 같아. 평소에는 안 하더라도 시험 전날에는 좀 봐야 하는 거 아니냐? 핸드폰 치우고! ”


아들은 자신이 공부를 안 해서 그렇다는데 동의하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의 심각한 말 덕분인지 아들은 그날 하루 열심히 공부하더니 다음날 있던 시험에서 91점은 맞았습니다.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요. 평소에 절대 공부를 안 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머리가 안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들은 기뻐서 날뛰었습니다.


‘이노무 자슥아, 그러니까 평소에 좀 해라. ’


그런 생각이 머릿속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아들이 90점을 넘었다는 말이 왜 그리 기쁘던지요. 진심으로 박수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90점 맞았습니다. 여러분 축하해 주세요. 진심 모든 것을 내려놓은 고등 엄마의 눈물 어린 감사를 아들에게~


아들은 행복합니다. 그리고 늘 자신의 수많은 실수들이 아쉽습니다. 등급계산을 열심히 합니다. 산수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수학에서는 산수를 틀립니다. 기말고사 기간에 수행 걱정을 하는 아들입니다. 참 축제 걱정도 열심히 합니다.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갈 곳도 시간 대별로 계획을 짜서 제게 알려줍니다. 밥시간을 알아야 하니까요. 이런 맑은 고등학생 아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어쩌나요.


나는 정말 쿨한 엄마 맞습니다. 진심으로 아들의 시험 성적에 만족합니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현실 안주 아닐까요? 포기는 절대 아닙니다만. 흑흑 더 전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제 마음. 아실랑가요. 저는 정말 쿨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딱 한 과목, 90점에 감격할 수 있는 멘탈 강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첫째 아들 뒤로 둘째, 셋째, 넷째까지 줄줄이 있으니까. 강해져야죠.


엄마는 강합니다. 절대 시험 점수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번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는 5일 동안 여섯 과목을 봤습니다. 정말 지루하게 봅니다. 잘 버텨낸 아들을 칭찬합니다.



!!!!!!

시험이 끝나면 아들은 이렇게 시험 점수를 알려줍니다. 미주알 고주알 왜 틀렸는지까지 알려줍니다. 실수의 과정을 정확하게 분석합니다.


분석이 아니라 평소에 공부를,

아니 시험기간만이라도 공부를 좀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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