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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06. 2024

호기심 천국

119 출동

제가 데이빗처럼 뭘 깬 적은 없어요. 그냥 궁금한 게 많을 뿐이지요.

 

뭐든 해보고 뭐든 맛보고 뭐든 부딪혀봐야 하는 모험정신이 가득한 저. 호기심은 아기 때부터 아니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나 봅니다. 복실이가 태어나기 전 일입니다.


형들은 블록놀이에 빠지면 절 잊어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붙이고 끼우고 낑낑거리는 게 뭐가 재밌다고 저렇게 앉아있는지 몰라요. 저는 뭐 재밌는 것이 없나 둘러보다 문득 궁금해졌어요. 무슨 맛일까? 무슨 소리가 들릴까? 무슨 냄새가 날까?



우선 맛을 볼까요?

빨강, 파랑, 노랑, 흰색  이것저것 섞어서 오물오물 음~~ 별 맛 안 나는군요. 엄마 맛나요. 그런데 엄마 표정이 왜 그렇지요? 엄마가 성큼성큼 내게 달려옵니다.  커다란 손을 내 작고 귀여운 입에 쑤셔 넣더니 우웩! 어머니 제발 왜 그러시나요.


그 후로 블록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블록은 절대 바닥에 돌아다니지 않아요. 깨끗해진 방을 보니 좀 쓸쓸해지기도 했어요. 통에서 꺼내 먹으려니 좀 귀찮아서 그만두었어요.



형들이 콩 옮기기 놀이를 해요.

젓가락으로 집어서 누가 더 빨리 옮기나 내기하지요. 콩은 먹는 것 같은데 입에 또 넣으면 엄마가 또 화를 낼지 모르니까 입은 꼭 다물었어요. 동그란 모양이 맛있을 것 같아 보여요. 킁킁 냄새를 맡아볼까요? 딱딱한 콩은 냄새가 안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코 안으로 뭔가가 들어간 것 같은데... 엄마? 엄마는 무슨 일인지 몰라요. 헉 어쩌지요?



보송한 솜뭉치가 굴러 다녀요.

포근한 느낌일까요? 귓가에 대고 소리를 들어 보면 스르르 잠이 들 것 같아요. 어머나! 귀에 들어간 건가요?! 손가락으로 귀를 파보았지만 나올 생각이 없나 봐요. 그 후로도 손가락을 코에도 넣어보고 입에도 넣어보았지요.




손가락이 들어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넣어 보아요.  

한 번은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뻥 뚫린 구멍에 검지 손가락을 넣어보았지요. 그런데 안 나오네요. 엄마? 엄마는 다급하게 빼보고 건드려보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더니 전화를 합니다.


119라고 들어보셨나요? 엄마는 생애 최초로 119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출동 소방관 아저씨! 불을 끄러 오신 건 아니고 절단기를 들고 와 보행기를 잘라주셨습니다. 엄마는 얼굴이 벌게졌어요. 그리고 절 보고 웃어주셨지요.  엄마가 웃으니 저도 좋아요.


소방관 아저씨를 세 명이나 만나다니 이런 행운이! 엄마도 소방관 아저씨를 만나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전 참 운 좋은 녀석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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