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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08. 2024

그림을 그려요 이마에!

개구쟁이 성장일기

복이 형이 학교에 가더니 상을 받아왔어요. 엄마가 활짝 웃으며 맛있는 걸 사주신대요. 그리기를 잘해야 받을 수 있대요. 상도 맛있는 것도? 엄마의 웃음도 그런 걸까요?


저도 잘할 수 있겠지요?


알록달록 사인펜을 골랐어요. 어디에다 그리지요? 형들은 벽에도 그리고 바닥에도 그리던데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요. 엄마가 보고 활짝 웃으라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그렸어요.


제 이마요.


엄마가 절 보면 그림을 바로 볼 수 있겠지요?




이번에는 크레파스를 이용해 보아요. 크레파스는 얼굴에 잘 안 칠해져요. 색감이 별로군요. 촉감도 별군요.

그럼 이제 맛을 볼까요?


복이 형도 어릴 때 색연필을 맛봐서 그림을 잘 그리게 된 건지도 몰라요. 마법과도 같은 색연필 맛 때문에 실력이 쑥쑥 자란 것이 확실해요.


크레파스를 오물오물, 다른 색깔을 먹어볼까요?




그 후로 엄마는 사인펜과 크레파스를 잘 꺼내놓지 않았어요.





복실이는 얼굴 말고 자기가 입은 바지에 그림을 그리더군요. 네임펜으로 무릎에 자기 얼굴을 그려요. 엄마는 복실이의 그림 실력을 또 기뻐하시며 다른 쪽 다리 무릎에 그림을 또 그리라고 했어요. 복실이는 그 옷을 잘도 입고 어린이 집에 다녔어요. 어린이집에서 인기 만점이었겠지요? 저도 얼굴에 그림을 그린 걸 뽐내고 싶었는데 참 아쉬워요. 얼굴은 며칠 지나니까 지워지더라고요. 다음엔 지워지지 않으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그림을 연구해 봐야겠어요.




저는 이제 연필 소묘를 잘하는 초등 4학년이 되었어요. 연필로 그림자 그리기를 잘하지요. 색깔이 더해지면 더 멋진 그림실력을 뽐낼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쉬워요. 제 그림 실력은 마법의 힘으로 완벽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연필이 좋아요.


요즘은 연필을 깎아보고 있어요. 칼로 몇 번 깎아 보고 가위로 깎아 보고 양쪽으로 깎아 보기도 해요. 연필심을 누르면 까만 연필심이 쑥 들어가는 신기한 연필도 만들었어요. 그건 엄마에게 쓰라고 선물로 줬어요. 엄마는 가끔 글씨를 쓰거든요. 엄마는 내가 준 선물이라서 아껴 쓰고 있대요. 신기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엄마에게 많이 선물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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