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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10. 2024

프랜드 쉴드

그림을 그려서 상을 한 번도 타지 못했어요. 전 그림에 소질이 없나 봐요. 하지만 엄마는 늘 말씀하세요.


“넌 그리기에 소질이 없는 게 아니야. 미술에는 여러 분야가 있어. 그중에서 넌 연필 그리기를 잘하는 거야. 잘하는 걸 늘 찾으려고 노력해 봐. “


그래서 저는 연필그림을 잘 그리는 달복이가 되었어요.




태어날 때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어깨는 어릴 적 어깨너비 그대로이고 몸무게도 몇 년째 움직이지 않아요. 키도 안 커요. 두 살 아래 여동생 복실이랑 이제는 몸무게가 같아요. 하지만 뱃살이 나와서 돼지라고 불리는 것보다 멸치가 좋아요. 가끔 갈비라고 놀림을 받을 때면 좀 분하기도 하지만요.


작은 몸의 안 좋은 점은 또 있어요. 운동하기에 많이 불리해요. 짧은 다리는 달리기가 느리고 가느다란 팔은 공을 잘 못 던지지요. 잽싸게 달리며 공을 차고 싶지만 친구들이 잘 끼워주지 않아요. 저는 축구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 대신 친구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자주 해요. 축구만큼 재미있는 놀이지요. 얼마 전에는 교생선생님이 오셔서 함께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어요. 제가 선생님을 얼마나 잘 잡는지 몰라요. 선생님보다 달리기가 빠르다니 이 정도면 만족해야겠지요?


엄마는 늘 말씀하세요.


“운동도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넌 축구는 못하지만 줄넘기를 잘하잖아. 훌라후프 돌리기도 얼마나 잘하니. 네가 잘하는 걸 찾아봐. 그리고 잘 못해도 괜찮아.”


하지만 뭐든 잘하고 싶은걸요.


엄마 말씀처럼 전 줄넘기를 잘해요. 처음에는 잘 못했는데 열심히 연습했지요. 이단 뛰기도 하고 싶어서 며칠 열심히 연습하고 일주일을 쩔뚝거리면서 걸어 다닌 적도 있어요. 저는 의지의 사나이랍니다.


학교에서 훌라후프 돌리기를 하는 날은 저의 날이었어요. 여자 친구 한 명과 겨루기는 했지만 제가 훌라후프를 잘하는 게 분명했어요. 엄마 말씀이 맞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제가 운동을 못하는 게 아니었어요.  잘하는 운동을 못 찾아서 그런 거죠. 그래서 무엇이든 할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곤 해요.




요즘은 체육시간에 피구를 해요. 복실이도 2학년이 되어서 피구를 하나 봐요. 아침 등굣길에 피구 이야기를 하길래 고급 비법을 전수해 줬지요. 그건 바로


프랜드 쉴드


복실이랑 차에 나란히 않아 피구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엄마가 공을 잘 던지냐고 그래요. 아니면 공을 잘 받느냐고 그래요. 복실이와 저 둘 다 아니라고 했지요. 그런데 피구가 그렇게 재밌냐고 그러는 거 있죠? 엄마도 피구에 대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지요. 피구는 공 던지기와 받기 그리고 피하기의 조합이라는 걸요. 저는 피하기를 잘해요. ‘프랜드 쉴드’ 기술은 저만의 특기입니다. 몸이 작은 것을 이용해 가능한 한 몸집이 큰 친구 뒤에 가서 숨는 거죠. 친구들에게 나를 맞춰보라고 골리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복실이에게도 알려줬는데 키도 크고 통통하면서도 느린 복실이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피구를 잘하니 체육시간이 기다려져요.


일 년 전 운동회날에는 엄마에게 진지하게 부탁했었어요. 날 좀 학교에서 꺼내달라고요. 달리기 시합 같은 걸 왜 하는지, 땡볕에서 뭘 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기막혀 하는 엄마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요.


하지만 이제는 운동의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저도 잘하는 운동이 하나씩 생기니까요. 새로운 운동 기술을 많이 개발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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