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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15. 2024

엄마 근두운을 아시나요?

단오제 구경 갑니다.  평소와 다르게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지 다들 불꽃놀이 보러 나왔나 봐요.. 자동차가 거북이걸음을 하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불꽃놀이 시작이 얼마 안 남았는데 도로 한가운데 천장이 꽉 막힌 자동차 안에서 구경을 하게 생겼습니다.


빨리 가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지요. 길이 뚫릴 생각을 안 합니다. 근두운을 불러 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두운 이야기를 하자마자 큰형이 막아섭니다.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근두운을 못 만들게끔 봉쇄를 해 버립니다. 형의 논리적인 말솜씨에 근두운을 머릿속에서 날려 버렸습니다. 치사한 형아. 혼자 타려고 그러나 봅니다.


지금은 엄마보다 운전 솜씨가 뛰어난 아빠를 믿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캄캄한 골목길까지 자동차가 꽉 들어차 우리 차가 가는 동안 저 앞쪽 교차로에서 버스를 따라오는 차들이 줄줄이 기다립니다. 비좁은 골목 한구석에 어렵게 주차를 했습니다. 엄마는 계속 다른 데 세워야 한다며 잔소리를 했지만 아빠는 꿋꿋하게 세웠습니다. 역시 아빠는 다른 차의 운전 실력도 믿어줍니다.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아빠. 역시 멋집니다. 주차 못한 차들이 계속 뱅글뱅글 돌아다닙니다.


아빠랑 손을 잡고 골목길을 걸어 나오는데 하늘에서 커다란 대포 소리가 나며 가슴을 때립니다. 아주 조금 무서워서 아빠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아빠는 주차를 너무 잘했다며 싱글벙글입니다. 시간도 딱 맞췄다며 좋아하십니다. 그러곤 복실이와 저의 손을 잡고 뜁니다. 코너를 돌아 나가니 바로 앞 하늘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습니다. 소리가 너무 커서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복실이는 무서웠는지 귀를 틀어막고 엄마 손을 잡았습니다. 저는 별로 안 무서운데 말입니다. 꼭 안고 있는 엄마와 복실이만 놔두고 형들이랑 아빠랑 길을 건너 강둑에 올라 불꽃놀이를 봤습니다. 단오 구경을 여러 번 와서 불꽃놀이를 봤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불꽃놀이는 가까이서 봐야 하나 봅니다. 불꽃이 저에게로 떨어집니다. 그러다 사라집니다. 굉장했습니다. 역시 아빠의 운전 실력 덕분에 이렇게 좋은 구경을 합니다.


아빠는 바쁘니까 차가 막힐 때를 생각해서 근두운을 빨리 만들어야겠습니다. 운전을 못하는 저 같은 어린이도 탈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물이 담긴 컵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으면? 연기가 나겠지요? 소형 선풍기로 연기를 빨아들여 구름 모양을 만들어요. 근두운 완성! 연기가 너무 조금 모였으니까 컵을 여러 개 놓으면 됩니다. 이런 걸 공장화라고 한다지요? 이제 양은 해결 되었으니 저만 가벼워지면 됩니다.


가벼워지려면 밥을 더 적게 먹어야 하는데 엄마가 자꾸 입에 뭘 넣어줍니다. “세 숟가락만 더 먹어.” 그러지요. 쌀 한 톨도 근두운을 통과해 바닥으로 추락해 버리고 말 텐데 얼마 동안 굶어야 근두운에 올라탈 수 있을까요.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손오공은 몸을 작게 만드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데 저는 몸을 작게 만들 수는 없네요. 게임 속에 나오는 경량화 마법을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쓰기 힘들겠지요? 혹시 모릅니다. 마법의 세계가 어딘가에서 열릴지도. 지금은 열심히 음식을 피해보고 홀쭉하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면서 자꾸 먹으라고 합니다.


엄마 근두운을 아시나요?
제가 근두운을 타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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