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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l 08. 2024

나는 적군이 아니랍니다

숙제를 잘하자

아침부터 폭탄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엄마는 왜 아침부터 폭탄을 던지는 걸까요. 나는 적군이 아닌데...


왜이긴 내가 숙제를 미뤄뒀기 때문이지요. 금요일마다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인데 그걸 안 하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저녁 먹기 전에 생각이 났지만 연필을 들고 식탁에서 생각을 하는 동안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졌어요. 연필을 치우라는 엄마의 외침. 밥을 먹어야 하니 연필을 얼른 치우고 저녁을 먹었지요. 그러곤 씻었습니다. 주말의 특권, 밤 게임을 신나게 했습니다. 숙제는? 잠깐 잊고 있었을 뿐입니다.


자기 전에 숙제가 다시 생각이 났어요. 12시에 잠자리에 들며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 숙제를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7시에 벌떡 일어나면 됩니다. 열 줄만 채우면 됩니디. 요즘 글쓰기 실력이 늘어 10줄은 금방입니다. 독후감을 쓰는 숙제인데 책은 이미 다 읽었습니다. ‘5번 레인’이라는 책입니다. 4번 레인이 좋은데 주인공은 5번 레인입니다. 1등에게 밀리기 싫었던 주인공. 행운이 따르기를 바라며 남의 수영복을 훔쳤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엄마에게 해 주며 아침에 적을 내용을 미리 생각도 해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빠르게 쓰기만 하면 됩니다.


아침을 빠르게 먹고 학교 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숙제를 하려고 공책을 뒤적거리는데 엄마가 등 뒤에 와 섰습니다. 얼른 공책을 닫았지요.


‘내 가 왜 닫았지?’


이미 학교로 출발할 시간이 되어가기 때문입니다.  바닥에 있는 물건 정리를 도와달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도 거실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왜 숙제하고 있다고 말을 못 했을까요? 복실이 양말도 다 챙겨주고 왔는데 엄마는 또 시킬 일이 있나 봅니다. 아~ 형아들이랑 아빠차를 타고 가면 좋을 텐데. 그 커다란 트럭에 내가 탈 자리가 없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엄마가 뒤에 서서 한참을 노려보고 갑니다. 내 뒤통수에는 눈이 달려 있어서 다 보입니다. 엄마는 무서워요. ‘숙제를 하지 말까?’ 생각하며 다시 공책을 뒤적뒤적하는데 엄마가 그럽니다.


“복실이 준비하는 동안 5분 시간 준다.“


그 말에 얼른 연필을 들었습니다. 그러곤 거실로 나와서 숙제를 하라는 엄마. 바쁜데 시간 낭비를 하며 왜 나오라고 하는 건지, 스피드를 위해 방에서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숙제를 끝내고 무사히 차에 올랐습니다.


‘휴 ~~ 다행이다.’


아침이 참 깁니다.




밥 먹기 전에는 숙제 생각이 났는데 왜 밥 먹은 후에는 생각이 안 났을까요? 엄마는 게임 때문이라고 하지만 게임은 잘못이 없어요. 밥도 먹어야 하고 씻기도 해야 하고 복실이랑 놀아도 줘야 하고 내가 너무 바쁜 탓입니다. 복실이랑 물총놀이를 하다 벌에 쫓겨 들어왔습니다. 타지마할 종이 뜯어 만들기도 도와줬습니다. 복실이가 밥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양치질할 때도 항상 지켜주는건 저입니다. 저는 엄마가 할 일을 대신해주는 엄마의 도우미 같아요. 아니 복실이 돌보미 같아요. 엄마는 그걸 아는 걸까요? 나는 달복이라고요. 복실이 돌보미가 아니라고요. 엄마!


빨래를 30개나 갰어요. 아빠가 시킨 일인데 다 하고 게임을 하라고 했지요. 보상이 게임이라니 얼른 하려고 했지만 복실이가 수건을 먼저 다 개는 바람에 양말 짝을 찾느라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늦을 수 밖에 없었어요. 빨래를 천천히 다 개고 게임을 했지요. 그건 아빠와의 약속이라서 선생님이 내준 숙제가 끼어들 사이가 없었습니다. 역시 신나는 게임입니다. 다른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고 재밌습니다.



엄마가 게임 금지라고 했지만 며칠 지나면 또 풀릴걸요? 괜찮아요. 며칠은 참을만 합니다. 다음부터 숙제를 잊지 말기로 약속해요. 엄마의 폭풍 잔소리는 때로는 좀 무섭거든요.


핸드폰을 엄마에게 맡겼는데 호랑이가 된 엄마가 무서워 돌려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학교에 갑니다. 아~ 내 핸드폰.  밀린 웹툰이 한가득인데. 얼른 학교 다녀와서 핸드폰을  되찾아야겠습니다.





하교한 아이는 핸드폰에 빠져 웹툰 삼매경입니다. 금요일부터 가게에서 충전되고 있었던 자신의 금쪽이를 삼 일만에 만났거든요. 달복이는 옥수수 간식을 먹으며 웹툰을 봅니다. 학교 다녀오면 미리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라고 아침부터 잔소리를 하였건만 밀린 숙제가 아닌 밀린 웹툰이 먼저 입니다. 엄마는 능력이 있으면 아이가 보는 웹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옥수수는 겨우 한 입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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