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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l 13. 2024

파리채 세 개 만오 천 원

엄카는 좋아

다*소에 왔습니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켰지요. 심부름을 갈 때면 엄마의 카드를 가지고 갑니다. 엄카는 참 좋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엄마의 카드를 가지고 아이스크림할인매장에 갔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인데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하나씩 고르라고 하고 저도 하나 골라왔지요. 친구들에게 맘껏 고르라고 하니 기분이 몹시 좋았습니다. 한 아이는 아이스크림할인매장에는 먹을 것이 없었는지 베**라**에 가서 골랐습니다. 그래도 카드를 내기만 하면 살 수 있었습니다. 가끔 친구들이 오면 엄마는 카드를 주십니다.


아이스크림 간식을 채워 넣을 때도 엄카를 가지고 갑니다. 날이 너무 덥다며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한 열 개 사 오라고 하는데 엄마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함께 간 복실이와 제 것만 사 왔는데 왜 두 개만 사 왔냐는 겁니다. 형들은 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번 아이스크림 열 개 심부름을 갔을 때는 신이 났습니다. 엄마가 농담을 한 것이 아니라 진짜 열 개를 사 오라는 것이었으니까요. 복실이와 신나게 먹고 싶은 것을 다 골라왔습니다. 그래도 형들이랑 우리 남매가 먹고 나면 금방 떨어집니다. 때로는 형들이 엄마 카드를 가지고 가 아이스크림을 채워 둡니다.  


오늘 미션은 파리채 사 오기입니다. 다이소는 가게에서 학교 가는 길에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두 개 건너야 합니다. 파리가 날아다닌다며 복실이가 기겁을 합니다. 소리도 꽥꽥 지릅니다. 그리고 좁은 실내에서 파리를 피해 뛰어다닙니다. 보다 못한 엄마가 파리채를 사 오라고 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대표로 심부름 갑니다. 뭐 이 정도야 아주 쉽습니다. 지난번에 친구와 둘이 장기판과 장기 알도 사러 왔었습니다.


파리채 세 개를 샀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냈지요. 영수증도 꼭 챙겼습니다. 파리채가 너무 커서 세 개를 들고 오기가 힘들었습니다.



파리채를 사러 간 달복이를 기다리는 사이 엄마의 핸드폰으로 사용 내역이 날아왔습니다.  뭘 잔뜩 샀길래 1500원이 나왔을까 궁금했지요. 남편에게도 얼른 문자를 보냈습니다.


일반결제 다*소 **점
15000원

달복이에게 필요한 것을 잔뜩 산 것일까요?


달복이는 파리채가 아닌 전기 모기채 3개  사 왔습니다. 파리를 잡아야 하는데 전기 모기채로 파리를 구워서 잡으면 그 주검의 처리가 곤란할 것 같았습니다.


“달복아 환불.”


돌아와서 신나게 게임을 하려고 했습니다. 날이 더웠지만 심부름을 잘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나타나더니 환불을 해오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 파리채는 전기로 된 것뿐입니다. 할머니 집에서 모기를 잡을 땐 전기 파리채를 씁니다. 환불 그런 것은 안 해 봤습니다. 엄마는 영수증을 받아와서 다행이라며 다시 카드를 쥐여줍니다. 가기 싫었습니다. 모기채든 파리채든 잡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어 머 니! 더운데 또 갔다 오라니요. 하지만 커다란 모기채 세 개를 다 들고 다시 갑니다. 영수증과 모기채 카드를 주니 살 물건을 가지고 오랍니다. 이번에는 고심해서 파리채로 잘 골랐습니다. 셀카봉처럼 길이가 쭉쭉 늘어납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1000 원입니다. 엄마는 5000원이라는 전기 모기채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이번 파리채는 1000 원이니 엄마 마음에도 쏙 들 것 같습니다.


3개 3000원 임무 완수입니다. 엄마에게 오케이 사인을 받고 신나는 게임 시작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엄마는 왜 맛난 것은 안 사 왔냐고 그럽니다. 환불하러 가면서 3000원 정도 사고 싶은 거 사 오라고 했답니다. 환불이라는 것에 신경을 쓰느라 다른 3000원은 신경을 못 썼습니다. 처음 듣는 엄마의 말이지요. 어머니 뭐라고요? 저에게 3000원을 무료로 주신다고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공돈 3000원을 날리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제가 누굽니까. 달복이 아닙니까. 엄마에게 당당하게 말씀드렸습니다. 3000원 대신 30분 게임 연장해 주세요!  엄마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치사한 어 머 니!


파리채로 파리는 잡지 못하고 복실이랑 길게 늘여서 칼싸움을 했습니다. 정말 다재다능한 파리채입니다. 플라스틱 부분이 부러졌다고 엄마에게 또 한 소리 들었습니다. 어머니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부서지고 고장 나고 그러는 겁니다.

셀카봉처럼 길어지는 다*소 표 파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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