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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l 27. 2024

공중부양 연습 중

다리를 다쳤습니다. 아프다고요. 저 병원은 안 가나요! 학교는 쉬어도 되는 거죠?


그날은 방학식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날아다니는 꿈을 꿉니다. 근두운은 아직 만들지 못했어요. 머릿속에는 자꾸 떠다니는 구름이 손에는 잡히지 않네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궁리해 보고 있습니다. 생각하기는 저의 특기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날아다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면 참 여러 가지가 있어요. 아이언맨이 특히 기술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가슴에 불타는 듯한 에너지를 가득 품고 있는 것 너무 멋지지 않나요? 슈퍼맨도 날아다니지요. 모두 펄럭이는 망토를 걸쳐야 해요. 마녀도 빗자루만 있으면 날 수 있는데 마법 빗자루를 구해야 해서 그건 힘들 것 같아요. 뽀로로에 보면 통통이는 공룡으로 변신해서 날아다니지요. 뽀로로도 결국은 비행기나 타고 우주선을 타고 날지요. 바다에서 헤엄치며 멋지게 바다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아요. 날아다니는 공룡도 있어요.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은 정말 멋져요. 잠자리는 공룡보다도 더 오래전에 태어났다고 엄마가 말해 줬습니다. 저도 누구보다 멋지게 날 겁니다. 하늘을 훨훨.


그러다 발견했어요. 유튜브에서 공중부양 영상을 봤거든요. 슬릭백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아무런 장치의 도움 없이 연습만으로 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도전했지요. 두 다리만 있으면 됩니다. 꿈만 같은 영상이었어요. 집에서는 엄마가 부산스럽다고 분명 뭐라고 할 것이 뻔해요. 그리고 좀 넓은 공터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학교 운동장에서 공중부양 연습을 했습니다. 두 발을 이용해 날아요.


열심히 뛰었지만 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연습만이 답일까요. 영상 속에 나오는 형은 정말 날아다니는데 신발이 문제일까요? 제가 너무 무거운 걸까요? 너무 느려서 그런 걸까요? 발을 더 빠르게 움직이며 빙글빙글 돌았어요.


그런데


아이코.


발을 헛디뎠지 뭐예요. 날지는 못하고 ‘꽈당’ 넘어지고 말았어요. 일어나 보았지만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친구의 부축을 받고 보건실로 갔어요. 보건 선생님이 발목에 붕대를 감아주셨어요. 계속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발로 땅을 밟을 때마다 아파요. 절뚝거리며 걸어야 해요.


엄마에게 전화를 했어요.


“엄마 나 발 다쳤어요.”


‘엉엉. 아픈데 당장 저를 데리러 와 주실 수 있나요? ’


마음은 그랬지만 말하지 못했어요. 엄마는 일하는 중이시거든요. 엄마는 학원이 다 끝나고 전화하라고 그럽니다. 피아노 학원이 끝나고 엄마가 차를 타고 데리러 왔어요. 엄마는 뭐 하다 다쳤냐고 합니다. 슬릭백 연습을 하다 그랬다고 하니 별로 놀라지도 않아요. 엄마는 내가 걱정되지도 않는 걸까요. 그냥 아빠한테 보여주자 그래요. 가게에 가서 아빠한테 보여주니 아침까지 많이 아프면 병원에 가자고 해요. 저 내일도 학교 가야 하나요? 아프면 학교 안 가도 되는 거죠? 내일은 방학식 날이거든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발이 퉁퉁 부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퉁퉁 부었는데 아빠는 괜찮다고 해요. 전 아픈데 말이죠. 마지막 하루 학교에 안 갈 수 있는 기회인데 말이죠. 어쨌든 방학식을 끝내고 교과서가 가득 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교문으로 나왔어요. 다리가 아픈데 어깨까지 축 늘어집니다. 교문에 큰 형이 있지 뭐예요. 형이 무거운 가방을 양쪽 어깨에 걸칩니다. 한쪽은 제 것. 한쪽은 복실이 것입니다. 매일 개그맨 같이 웃기는 형인데 오늘은 좀 멋있어 보입니다. 날이 많이 더운데 가방을 메고 가려면 땀 꽤나 흘렸을 겁니다. 역시 형이 최고입니다. 발이 좀 아팠지만 참을만했어요.


점심을 먹고 학원을 가야 하는데 이번엔 엄마가 태워줍니다. 다리가 아프니 당분간 엄마가 데려다준다고 해요. 이게 웬 횡재인가요. 수업이 다 끝나고 또 엄마가 차로 데리러 왔습니다.


공중부양 연습을 했더니 정말 둥둥 떠다니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발이 얼른 나아서 슬릭백 연습을 더 하면 좋겠습니다. 저에게는 날아다니는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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