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으로 간다.
쓰레기는 문 앞에 버리라고 하는데
쓰레기장이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쓰레기장이 아니라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쓰레기장에서 방송을 하는 여자는 매번 말한다.
쓰레기를 집 앞에 버리세요.
집 앞에 버리리라니까, 집들은 집 앞에 버리겠지.
가게는 집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게 앞에 버리지 않는다.
노란 음식물 쓰레기통 근처로 온갖 쓰레기가 모인다.
재활용과 매립용, 음식물이 모인다.
밤이면 가지런히 옹기종기 모였다,
아침이면 사라진다.
이상한 일이지.
봉고차 두 대는 거뜬히 주차할 수 있는,
주차를 못 해서 빙글빙글 돌 때면 좀 아쉽기도 한 넓이의 장소.
내 가게 앞이 아니라서 감사한 곳.
아파트 단지 건너 주택가 옆.
밥집, 술집, 커피숍, 마트, 반찬가게,
핸드폰 가게, 구둣방, 아이스크림 가게,
병원, 약국, 한의원, 학원, 꽃집,
신발 집, 옷 파는 가게, 은행, 빵집,
옷 수선 가게, 치킨집, 족발집, 와플 가게,
방앗간, 떡집, 떡볶이 포장마차... 없는 게 없는 작은 동네.
그 동네 한 귀퉁이에 자리한 우리 가게.
그 많은 가게들이 뱉어내는 쓰레기가 모이는 곳.
밤이면 가끔 그곳으로 간다.
모두가 모이는 쓰레기장.
핑크빛 봉지 달랑 들고 골목길로 나왔다.
외투에 달린 똑딱이 단추를 목부터 다리까지 모두 채웠다.
구멍을 막는다고 막았는데 목이 시리다.
움츠러든 목을 최대한 외투 속으로 집어넣어
거북이 목을 만들었다.
얼굴로 바람을 맞받아쳤다.
볼이 시리다.
얼굴을 수그리고 웅크렸다.
굴곡진 얼굴 윤곽을 타고 거침없이 부드럽게
바람이 미끄러져 들어온다.
콧속으로.
스무디 두 모금을 두꺼운 빨대로 빨아마신 듯 찡하다.
서늘한 흰머리가 날린다.
뇌가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다.
맑은 공기가 머리를 한 바퀴 돌고
온몸을 훑고 빠르게 아래로 내려간다.
천 신발 조밀한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숭숭 황소바람.
털 신발 생각이 절로 난다.
주황빛 깜빡이는 오토바이가 쓰레기장을 지나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간다.
불빛 없는 자전거 두 대가 골목을 가로지른다.
맨몸으로 바람을 가르는 자들.
겨울밤은 더 추울 텐데.
모자를 써서 괜찮으려나.
모두 모이는 쓰레기장 가는 길
아무 사장님도 안 만났다.
오늘은 골목길 양쪽으로 주차된 차 사이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달리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만났다.
그리고 쓰레기장에서 방송을 하는 그녀를 만났다.
늘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