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가 소풍을 가는 날입니다.
아이는 지난해 소풍을 못 갔어요. 독감 때문에 아파서 며칠 쉬어야 했거든요. 어린이집과 다르게 학교는 교회 활동이나 체험 활동이 전무한데 그나마 한 번 학교 밖으로 나가는 날 아팠으니 두고두고 마음이 안 좋았나 봐요.
2학년이 되어 야심 차게 소풍을 갑니다. 소풍이 아니고 ‘현장 체험 학습’이라고 정정해 주는 똑똑이. 소풍이나 현장 체험 학습이나 같은 것 아니야? 속으로 생각만 했습니다.
이번에 소풍은 피자를 만들러 갑니다. 물도, 간식도 없이 와도 된다며 아이는 빈손으로 가방 없이 출발합니다. 간식이 가득 든 소풍 가방이 없으니 왠지 허전합니다.
차가 달립니다. 달복이 오빠 손에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달달한 향이 풍깁니다.
마이쮸를 통째로 들고 나왔어요. 양치질을 금방 하고선 그새를 못 참고 단 것을 입에 넣습니다. 그것도 등굣길에. 아침 등교 시간 학교 앞 문구점에서 병 콜라를 원샷하는 어린이도 본 적이 있는터라 걱정을 조금 구겨 속으로 넣었습니다.
”너도 먹을래? “
“아니, 난 피자 먹어야 해서. 배를 남겨 둬야 해. 오빠 먹어.”
한두 개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어떻게 하나 가만 보았지요. 오빠에게 마이쮸 하나를 얻어 입에 넣고 또 하나를 받아 손에 들고 있습니다.
”엄마는 차가 잠깐 멈췄을 때 줘야 해. “
운전하는 엄마에게 먹을 것을 전해줄 타이밍을 봐야 한다며 달복이 오빠가 코치를 해줍니다.
”엄마는 단 것 안 좋아하니까 너희들 먹어. 엄마는 안 먹어. “
안 먹는다고 했는데 주면 더 좋습니다. 엄마 성격이 참 이상하지요. 차가 빨간불에서 잠시 멈춰 선 동안 따뜻한 손에 있던 아직 녹지는 않은 분홍색 마이쮸를 받아 입에 물었습니다. 입안 가득 달콤함이 퍼집니다.
출근길 자동차는 달달한 향을 한가득 싣고 소풍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