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글을 쓰는 이유
감정이 썰물처럼 밀려와 울컥 가슴속 응어리가 되어 살아났다. <대구>책을 읽다가 명태에 꽂혀서 괜히, 급기야 뚝뚝 후드득 눈물이 떨어진다. 그런 날은 써야 한다.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묻어만 두었던 일들이 때때로 내면에서 솟구치는 이유는 풀어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게 순리일지도.
들춰내고 싶지 않은 날들. 일기장에 꽁꽁 감춰두고 열어보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다. 너무 깊숙이 넣어둬서 안 보인다. 찬장 깊숙이 넣어둔 찬합, 특별한 날에만 쓰는 접시, 이제는 안 쓰는 도시락, 심지어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새 냄비. 그래, 수납장을 뒤집어 정리를 하는 날이 왔다. 마음을 그렇게 정리하라고 하는가 보았다. 요즘 유독 정리를 많이 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보여주기 싫어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만 기억하는 나의 뇌, 기발한 녀석이다. 명태,라는 한 마디에도 기억이 술술 나오는데, 그 기억 하나하나 끄집어내면서 눈물이 나오는데, 나는 평상시에 그런 기억들은 깡그리 잊었었다. 나는 아름다운 날들만 기억하고 싶었었나 보다. 예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상처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나를 그렇게라도 보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이 죽도록 아팠느냐? 큰 골곡이 있었느냐? 그건 또 아니다. 그저 평범한 어느 소녀의 이야기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소설이지? 소설은 무슨, 소설이고 싶은 이야기다.
지금 생각해도 어린 시절은 참으로 비현실적이었다. 너무 오랜 이야기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묻어놓고 잊은지 오래되어 그렇다. 생각이 안 나는 것은 새로 만들어 써야 하고, 그 시절을 회상하면 아파할 많은 주변인들의 설정도 조금씩 바꿔야 했다. 소설로 잘 구성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써야 한다는 건 안다. 주머니 속 숨죽이고 있던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를 펴서 무엇인지 확인을 해야 쓰레기통에 버릴지 말지 간직할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 확인 작업이다. 그래야 세탁기에 옷을 넣어 빨 수 있으니까.
며칠 다이소에 분주하게 다녔다. 묵은 옷 정리를 했다. 수납장을 정리했다. 세탁기가 쉼 없이 돌아간다. 쓰레기가 매일 나온다. 정리는 천천히 진행된다. 그러나 때가 되면 꼭 해야 할 일이다.
마음에 꼬인 매듭을 풀어내고 속이 좀 시원해지면 좋겠다. 그건 치유일까, 그냥 기억의 반복일까. 적어도 묻어 놓은 것을 꺼내놓으면 좀 덜 아플까, 꺼이꺼이 울지는 않게 될까. 그냥 눈물이 많은 성정 탓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