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케틀 팟
새 주전자,
연마제를 제거한다.
연마제 제거는 남편 몫이라
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남편은 연마제를 없애주는 세척제를 쓰던데
집에는 안 보이고
가게 어디에 숨겨놓고
혼자 쓰는 모양이었다.
스테인리스 커다란 대야를 힘차게 닦던
남편의 모습이 떠오른다.
케틀 팟은 작으니까 도전!
스스로 혼자 해보자, 결심!
키친타월에 카놀라유를 묻혔다.
듬뿍 발랐다.
기름이 뚝뚝 흐른다.
손에 기름이 묻을까 봐
얼른 라텍스 장갑을 양손에 끼웠다.
준비 없이 뛰어들면 안 되니까.
키친타월로 케틀 팟 내부를 닦았다.
까맣게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닦으라고 한다.
새 종이로 바꾸고
기름을 붓고
닦고
새 종이로 바꾸고
기름을 붓고
닦고
이렇게 반복되었다.
그래도
기름이 왠지 부족한 느낌.
기름이 중요한 게 아닌데...
긴 주둥이 없이 입술만 조금 나온 케틀 팟 내부에
기름을 두어 번 돌아가며 둘렀다.
이제야 성에 찬다.
역시 먹는 기름은 용기에 둘러야 제맛이다.
그 기름을 또 닦아냈다.
냄비 안쪽 벽도 박박 문질렀다.
바깥은 어쩔까.
닦을까 말까.
이미 장갑에 떡칠이 된 기름 때문에
주전자 바깥도 번들번들했다.
키친타월로 기름기가 없어질 때까지
닦고 또 닦았다.
손잡이도 닦고
뚜껑도 닦았다.
주전자 바닥은 어쩔까.
닦는 김에 키친타월로 한 번 쓱 닦아냈다.
이런!
바닥이 제일 까맣다.
까만 흔적을 보고 안 닦을 수 있나
하얀 종이가 하얗게 나올 때까지 열심히 닦았다.
기름 범벅이라 하얀지 누런지 당최.
연마제를 닦는 것인지 기름을 닦는 것인지
구분이 잘 안되었다.
그렇게 닦고 또 닦고를 반복했다.
그을음 같은 깜장이 안 묻어 나오니
후련하기도 했다.
이제 물을 담고 식초를 넣고 끓인다.
식초를 얼마나 넣을까.
물을 얼마나 넣을까.
요리할 때 계량도 대충 하는데
연마제 제거에 계량을 할 내가 아니다.
물은 끓이면서 넘치지 않을 정도로 가득.
식초는 콸콸.
끓이다 불을 끄고 10분 그냥 뒀다.
식초 끓인 물을 버리고
주방 세제 거품질을 했다.
헹구고 물을 가득 채웠다.
물을 한 번 더 끓이고
물을 비웠다.
마른행주로 케틀 팟 내부, 외부를 잘 닦았다.
까만 것은 안 묻어난다.
외관상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인다.
물을 넣고 끓였다.
옥수수 몇 알 넣고 우러나기를 기다렸다.
쇠맛은 안 난다.
옥수수 물 맛이다.
처음 해본 연마제 제거하기.
연마제 제거가 아니라
나를 연마를 하는 것 같았다.
연마제 제거가 아니라
기름칠의 연속이었다.
하라니까 하는데
새 냄비는 쇠맛이 나서 하는데
왜 만드는 공정에서 연마제 제거를 안 해서 나오는지,
그것이 의문이다.
내 팔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해봐야 힘든 줄 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