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날아왔다. 딸아이의 움켜쥔 손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정면 강타. 엄밀히 말하면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충격만은 강렬했다. 날벼락 같은 펀치였다.
말랑한 작은 손이 주먹을 쥐고 때려봤자 얼마나 힘이 있겠는가. 정해진 목표물을 향해 팔을 힘차게 뻗고 단숨에 몰아쳤다면 모를까. 윗옷을 껴입느라 소매에 팔을 통과시키고 어렵사리 주먹을 꺼낸 곳에 공교롭게도 나의 면상이 있었을 뿐이다.
아프지 않았으나 나는 놀랐고, 때리지 않았으나 아이는 미안해했다.
나의 과한 반응에 딸아이는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거듭 사과를 했다. 눈빛과 안면 근육에 애교와 죄송함, 간절함과 절절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괜찮아.”
괜찮다는 대답과 다르게 작고도 강한 주먹의 위력은 눈앞에서 계속 어른거리며 잔상을 남겼다. 진짜 주먹이 날아와서 맞으면 어떤 느낌일까. 싸우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피를 뚝뚝 흘리던데 정말 그런 걸까? 그런 걸 스크린을 통해 보기나 했지, 겪어본 적이 있어야지.
정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의 나는 엄마라는 탈을 쓰고 아들의 안위에 대해 궁금한 것처럼 위장을 하고선 물었다.
“아들, 주먹으로 얼굴 맞아봤어? 옆으로 말고 정면으로 말이야.”
남편의 말로는 남자들은 학교 다닐 적에 다들 치고받고 싸운다고 하니 어디 한 번 물어나 보자.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폭력이 난무한다지만 내 아이는 그런 무서운 경험을 안 해봤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 있었다.
아들은 잠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어쩌면 맞아본 경험을 떠올리고 뇌에서 빠르게 삭제시키고 있는지도 몰랐다. 눈알이 두어 번 굴러가고 난 뒤 아들이 말했다.
“아니.”
잠시 쉬고나서 또 말했다.
“그런데 왜?”
“복실이 주먹이 엄마 얼굴에 날아왔어. 깜짝 놀랐지 뭐야.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 네가 그런 놀라운 주먹을 봤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들은 짐짓 무서운 표정을 하고 복실이를 노려보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
“복실아 엄마한테 주먹질을 하면 어떡해~”
오빠의 농담 섞인 말을 들은 복실이는 풀이 팍 죽었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눈에 금방 눈물이 그렁거렸다.
“엄마, 오빠한테 말하면 어떡해. 오빠가 혼낸단 말이야. 흑흑.”
“엄마가 미안해. 주먹이 너무 궁금했어.”
‘둘째와 셋째 아들에게도 물어보고 싶은데 어쩌지. 남편한테는 말해도 괜찮겠지? 복실이 얘기인 것만 싹 빼고 물어보면 되잖아.’
“자기야, 주먹으로 얼굴 맞아봤어? “ 남편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주먹으로 때려봤지.” 남편은 동문서답을 한다.
“맞으면 아파? 정말 주먹이 눈앞에 날아 왔었어? 불이 번쩍해? 복동이한테 물어보니까, 안 맞은 것처럼 얘기하더라? ”
“맞으면 코피도 나고 멍도 들고 그렇지. 많이 아파.” 그제야 경험담을 풀어 놓는 남편이다.
그러곤 덧붙인다.
“얼굴 맞으면 단번에 알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아들들이 맞으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며 마음 푹 놓으라는 남편이다.
걱정을 놓을 수 있는가. 딸아이의 흐느적거리는 연약한 주먹이 날아왔을 때도 두려웠는데, 다 큰 아이들의 주먹이 정말 날아다닌다면 얼마나 큰 일이 나겠는가. 복싱 경기에서는 펀치 한 방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큰아들에게 한 걱정을 담아 다시 한번 물었다. 어쩌면 추궁이 아니었을까.
“정말 주먹으로 맞은 적 없어?”
“주먹 말고 발로 맞아봤지. 태권도 할 때.”
아이들 어릴 때 태권도를 괜히 시켰나...
아니지, 지금이라도 주먹을 잘 쓰는 법, 싸움의 기술 같은 걸 가르쳐야 하는 건 아닐까. 나 싸우는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걸까. 그러나 배움엔 끝이 없다는데, 이것저것 배우는 거지. 싸움도, 주먹질도 배워보는 거지.
“아들, 복싱 학원 한 번 다녀보는 건 어때?” 기발한 나의 생각을 아들에게 전했다.
아들들은 현실에서 싸움 말고 게임 속에서 싸우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곤 집중하며 게임 속 전투 장면을 재생시켰다. 유튜브에서 배우고 자신의 게임에 적용하기, 정말 착실한 공부 방법이다. 배움은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일상의 모든 순간이 배움이다. 그 길이 어디 하나만 있겠는가.
그나저나 맞고 다니면 안 될 텐데. 피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