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복이 밤무대 데뷔

by 눈항아리

문 너머 까만 밤을 비추는 밝은 전등불.

밝음은 작은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온화하게 퍼진다.

“문 꽉 닫아. 밝아서 안 보이잖아.”

까만 데서 뭘 보겠다고.

어둠 속에서 볼 것이 무엇이길래.


그건 밝음이다

그건 빛이다.

밤의 쇼가 시작되고 있었다.


달복이가 머리를 수그리고 휘젓는다.

베개에.

헤비메탈 가수가 흔들흔들 머리를 흔들듯

열정적으로 망가진 모습으로

베개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베개를 두 손으로 꽉 붙들고,

미친 듯이.




문을 닫자 어둠 속으로 아이의 모습이 스며들었다.

현란한 몸짓은 보이지 않고

삐죽삐죽 솟은 머리도 보이지 않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요란하더니

곧 빛의 무대가 펼쳐졌다.


베개와 달복이의 머리카락이 빚어낸 마찰로

마구 생겨난 전기력이

빛으로 발산되었다.

연달아 번쩍번쩍번쩍

튀겨지듯이.



거저 생겨나는 빛이 아니다.

머리카락에 모아진 전기력이 빛이 발하려면

마법의 손길이 필요하다.

전기가 흐르는 순간을 마냥 흘려보내지 않고

아이는 손으로 베개 건반을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쭉 훑어내린다.

피아노 건반으로 치자면 ‘글리산도’라고 한다지.

빗방울이 떨어지며 톡톡 터지듯

빛의 방울이 터졌다.

연속으로 파바박.



어둠 속에서

빛 건반을 누르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아이.

정전기 음악 쇼!


“우와! ”

복실이와 나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치고

달복이는 더 신이 나서 머리를 비비고 흔들었다.



“오빠는 개그맨 같아. ”

“달복이는 분위기 메이커야.”

“우와 그걸 어떻게 하는 거야?”



복실이와 나도 베개에 머리를 문질러봤지만

그렇게 현란한 빛 쇼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까만 어둠 속에서 찌릿, 한 점의 반짝이는 전기가 통했을 뿐.


“달복아, 그런데 얼굴이랑 머리 괜찮아? 혹시 그을리거나 타지 않았을까? 까만 데 어디 없나 봐 봐. ”



놀리느라 한 말인데 달복이는 정말 걱정이 되었나 보다. 아이는 벌떡 일어나 까만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문이 열리며 밤의 무대에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는 달복이.



“달복아 괜찮아? 탔어? 안 탔어? ”


“엄마, 나 안 탔어.”

밤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달복이는 무사히 잠자리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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