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2 인내는 유혹으로부터 시작된다

by 눈항아리


<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는 초등 딸아이와 함께하는 야식 참기 프로젝트입니다.

야식 참기는 인내로부터 시작되는 줄 알았다. 참는 자가 이긴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 인내를 강조하는 말이 얼마나 많던가. 그런 건 다 거짓이다. 참기는 유혹으로부터 시작된다.


퇴근 후 큰아이 복동이를 데리러 수학 학원 앞으로 갔다. 빛이 난무하는 도로를 질주해 까만 골목에 주차를 하고 아이를 기다렸다. 까만 옷을 뒤집어쓴 작은 인영이 다가왔다. 가슴에 하얀 치킨을 품고. 차에 탄 아들은 하얀 종이봉투를 벗기고 먹기 시작했다.


“그건 뭐야? ”

아들에게 물었다.


“매콤순살꼬치.”

‘맛있겠다.’


“나는 안 먹어. ”

묻지도 않았는데 안 먹는다는 나.


“냄새 안 나. 괜찮아.”

늘 한 입 나눠주던 아들의 대답은 냉정하다.


‘냄새가 안 나기는, 뭐가 괜찮다는 거냐.’

치킨 향은 차 안에 가득 퍼지고, 내 속은 치킨이라는 간절함으로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미 치킨 덩어리 한 입이 꿀꺽 목구멍으로 넘어간 듯한 느낌이었다.

‘아~ 먹고 싶다. 안 먹고 싶다. ’


“그거 이름이 뭐라고? ”

또 물어보는 그 이름.


“매콤순살꼬치. ”


“엄마 냄새 정말 좋다. 그치? ”

뒷좌석에 탄 복실이도 꿀꺽 침을 삼켰다.


“매워서 어차피 복실아 너 못 먹어. 이름 알아뒀으니 낮에 다 ~ 먹자. 알았지? ”



집에 도착하자마자 복실이와 나는 칫솔을 들고 의지를 다졌다. 야식근절 양치질!


그러나 첫째 복동이의 먹방 탐방은 집에 와서도 계속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옷도 안 벗고 가방에서 뿌셔뿌셔를 꺼내더니 부순다. 핸드폰은 왼손에 과자는 식탁에.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집어서 입에 가져다 넣는다. 손가락을 쪽쪽 맛있게도 빨아먹는다. 나 원래 이렇게 먹는 거 구경하는 사람이었나.


애들이 먹었던 거 잊으면 안 되니까 ‘뿌셔뿌셔’도 메모장에 적었다.


“복실아 우리 낮에 뿌셔뿌셔도 뿌셔 먹자. 알았지? ”


이렇게 시시하게 끝날 것 같으면 유혹이라 할 수 없다. 시련이 한 두 고개면 재미없지, 이제 강한 것이 남았다. 둘째 복이의 공격이다. 밤에 자전거를 탄다는 아이가 컵라면 육개장을 들고 나타났다. 먹고 운동을 하러 간단다.


‘나는 육개장 안 좋아해. 나는 새우탕이 좋아. 안 먹는다. 안 먹는다. 먹고 싶다!’

참을 인으로 최면을 걸고 또 다른 마음으로 라면을 후루룩 거렸다.


“엄마, 라면 냄새는 못 참겠어. ”

복실이는 넘어갈 듯 말 듯 했다.


“아들! 환기도 안 시키고 그러기야! ”

왜 안 먹다 내가 참는다니 다들 먹고 그러는지 원.


유혹의 향기는 강렬했다. 그리고 오래갔다. 나는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지 않고 그 향기 속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매콤순살꼬치!

뿌셔뿌셔!

라면!

낮에 다 먹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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