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막대 사탕 하나의 소중함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절제다. 절제한다는 건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남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무조건 야식을 참는 건 내 뱃살을 위한 건강한 방법도 아니다. 먹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폭발해 폭식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절제라는 미덕을 길러보자.
야식을 빼고 남은 밥, 낮의 음식으로 버텨야 한다. 더 허용되지 않는다면 부족함을 알게 된다. 음식이 풍족할 때는 모르던 소중함을 부족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야식이 그리 소중하던가. 야식에 절절매는 게 아니다. 음식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 거다. 그리고 가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과 같은 허용, 허락에 감사하게 된다. 그것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지라도 악착같이 붙잡고 싶어 진다. 오래도록 향유하고 누리고 싶다.
뚝 떨어진 막대사탕 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만족과 절제에 대해 생각했다.
점심 식사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식당 주인이 영수증과 함께 막대사탕 한 움큼을 쥐어 주었다. 한 손으로 다 잡지 못해 두 손에 받아 들고 기분 좋게 나왔다. 1인당 1개씩 주는 건가. 식후 막대사탕이라니 참 오랜만이군, 하며 아이들도 남편도 나도 사탕 하나씩 입에 물었다. 그런데 사탕 하나가 남는다. 후후후, 이런 이런 사장님이 하나 더 주셨군. 이런 고마울 데가 다 있나.
자동차는 먼지 가득 품은 눅눅한 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우리는 똑같은 모습으로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천천히 녹여 먹었다. 하트모양의 달콤함이 차 안에 퍼졌다. 더 행복한 건 사탕이 하나 더 남았다는 사실이다. 셋째, 넷째를 주면 둘이 싸울 테니, 저것은 내일 낮에 내가 먹어야겠군. 그렇게 하나 남은 파인애플맛 막대사탕은 암묵적으로, 나 혼자만의 결단으로 내 것이 되었다.
혼자 먹으려고 챙기다니, 사탕 하나 가지고 별스럽게 군다. 그런데 사탕 하나가 특별한 때가 있었다. 어릴 적엔 문방구, 구멍가게에 들러 사탕을 사 먹었다. 과자보다 사탕이나 캐러멜을 사 먹었는데 왕사탕 하나를 녹여먹는 게 얼마나 달콤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왕사탕 보다 작지만 한 봉지에 세 알이 든 신호등 사탕은 딱 세 개만 들어 있어서 얼마나 아껴 아껴 먹었던가. 요즘 아이들은 먹을 것이 많으니 사탕 한 알에 아쉬운 것이 없다. 과자도 천지로 널렸고 아이스크림도 좀 많은가. 많아서 풍족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부족해서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나이 마흔이 넘은 나는 ‘요즘 아이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나 또한 풍족함 속에 살고 있지만 잠시 야식을 참고 있고, 더불어 낮에 먹는 간식도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에 사탕 한 알의 소중함을 잠시 의식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파인애플 막대사탕을 내 책상 위에 놓았다. 내일 먹을까, 언제 먹을까. 먹고 싶다고 간절히 원하는 건 아니다. 다만 막대사탕 하나가 주는 정신적 배부름에 기분이 좋았다. 그걸 날름 까서 입에 넣었다. 점심과 저녁 사이였고 밤이 되려면 한참 남은 시간이었다. 이미 사탕 하나를 먹었으나 하루 중 먹은 간식이라고는 막대 사탕 하나가 전부였다. 두 번째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천천히 살살 녹여 먹으며 저녁밥을 했다.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노래를 흥얼흥얼 거렸다.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서, 당장의 달콤함에 취해서.
사탕 하나로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서 좋았다. 사탕 하나에 하나를 더한다고 야식을 참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으니 더 좋았다. 예정에 없던 행운을 듬뿍 받은 것처럼 행복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마음의 배가 불렀다. 사탕 하나에. 마음은 막대사탕 하나의 소중함으로 가득 찼다.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작은 막대 사탕을 입에 녹여가며 그 달콤함에 고마움을 담아 속으로 되뇌었다.
많이 먹고 배부르기를 바라지 말자.
나에게 주어진 음식을 고맙게 여기자.
작은 음식도 소중하게 음미하며 먹는 사람이 되자.
절제한다는 건 소중함을 알아가는 것이다.
사탕 하나가 가르쳐 주었다.
이런 느낌으로 소식의 길로 쭈욱 가면 참 좋겠다. 그러나 나는 나를 안다. 나는 식탐의 여왕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의 고삐를 놓지 말자. 사탕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된다. 어느 날 사탕을 먹어보겠다고 스카치캔디 한 봉을 사서 입에 다 털어 넣을지도 모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