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5 야식을 참는 참신한 방법

by 눈항아리
<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은 초등 딸아이 복실이와 함께하는 야식 참기 프로젝트입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양치질을 해야 했다. 양치질은 야식을 참기 위한 우리의 약속이다. 그건 의식과 같다. 그건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한 동작 버튼 같은 거다.


그러나 언제나 운명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내일은 아이들이 개학하는 날이다.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야 한다. 아이들은 방학이라는 공간에서 개학이라는 공간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시간 개념을 만들고 있었다. 개학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고 이제 잠자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조정해야 할 마지막 시점이었다.


최대한 늦게 자고 최대한 늦게 일어나던 시스템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도 하루 만에. 가능한 일인가? 가능하다. 1차로 나에게 깨워달라 간곡히 부탁한다. 둘째 복이는 새벽 6시에 깨워달라고 했다. 2차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된다. 일찍 자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먼저 씻고 자리에 누우면 된다. 이성과 지각을 겸비한 첫째 복동이의 방법이다. 지각을 면하기 위한 밤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한 방법이다.


‘집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양치질을 하겠다.’는 의지는 첫째의 욕실 점거로 막혀 버렸다. 첫째가 먼저, 그다음은 둘째가 그다음은 셋째가 차례로 씻었다. 아이들이 씻는 동안 나는 손을 놓고 있었을까? 선수가 교체될 때마다 생기는 교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애썼다. 시스템이 바뀌기는 했지만 어떠하랴. 중심을 잡고 변화에 대응하는 것 또한 엄마의 역할이다. 시스템의 효율화를 위해 앉아서 최대한의 목소리를 냈다. 옷을 미리 챙기라고 아이들에게 요구하고 욕실의 물소리가 잦아들면 다음번 씻을 선수를 대기시켰다. 빨리 안 움직이는 아이들을 독려하고, 빨리 씻기를 격려하고, 빠르게 머리 말리기를 재촉했다. 그렇게 첫째, 둘째, 셋째가 씻었고 복실이와 나는 계속 대기 중이었다.


우리 집 남자아이들은 아주 오래 씻는다. 삼 형제 모두 샤워기로 물 맞는 걸 즐긴다. 기름보일러가 빵빵하게 돌아가도록, 욕실이 하얀 안개에 휩싸여 수증기 탕이 되도록 안 나온다. 뜨거운 물줄기를 쐬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대체. 둘째 아이가 자주 듣는 노래 중 좋아하는 가사에는 샤워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술 마시면 무릎 꿇고 샤워해요~” 내 아이도 혹시 그런 걸까? 무릎 꿇고 앉아서? 나는 욕실 문을 열고 들여다볼 수 없으니, 남편에게 아이들의 샤워를 중지시켜 달라 간곡히 청하기도 한다.


양치질은 언제 할 수 있는 걸까. 과연 오늘이 가기 전에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한 시간 반을 기다린 후 겨우 욕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우리는 먹는 생각을 했을까? 아니다. 복실이는 다음날 학교 갈 생각으로 우울하면서도 설레는 시간을 보냈다. 가방에 필기구를 챙겨 넣었고, 실내화도 잊지 않았다. 복실이는 반을 확인하는 방법, 신발장을 찾는 방법, 하교 후 학원 시간 등을 나에게 안내받았다. 오랜만의 등교 준비로 아이의 가방이 빵빵해졌다. 복실이의 얼굴은 개학이 주는 기대감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먹는 걸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쁜 밤이었다.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버튼을 누르지 않았지만 우리의 결심은 지켜졌다. 야식을 참았다기보다 생각이 안 났다. 먹는 욕구를 이기는 본능이 우리에게 내제되어 있다. 이렇게 간단하고 완벽하게 야식이 해결되다니 신기한 일이다.


야식을 참는 참신한 방법을 찾았다. 정신없을 정도로 삶을 굴려라. 먹을 생각보다 더 간절하고, 중요한 일을 마구 만들어라. 그리고 밤중에 실행하라.



이제 개학을 하면 매일 이렇게 일찍 자야 한다. 퇴근 후 늦은 밤에 느긋하게 앉아 야식 먹을 걱정을 조금 덜어도 되겠다. 그러나 언제나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고삐를 단단히 쥐자. 양치질 의식은 다시 철저하게 내일도 계속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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