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7 야식과 후식과 과식 사이에서

by 눈항아리

복동이가 저녁을 먹으면서 피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먹으려무나, 엄마는 밥 먹고 나면 안 먹어.

복동이는 무슨 피자를 먹을까 했다.

지난번에 먹은 피자 괜찮다고 했잖냐, 그걸 먹으려무나.

복동이는 혼자서는 안 먹는다고 했다.

물귀신이냐?

복동이는 함께 피자 먹을 사람을 모집했다.

셋째 달복이와 넷째 복실이가 합류했다.

남편은 저녁 식사 후 뭘 안 먹는다.

나도 저녁 식사 이후로 안 먹기로 했다. 아쉽다. 하루만 일찍 말하지.

엄마 후식인데 괜찮아요. 8시 이후부터가 야식이죠.

저녁 먹고 나서 안 먹기로 했어.

대체 언제부터요?

어제부터.



복실이는 엄마랑 같이 야식 안 먹는 거 아니야?

복동이가 묻자

복실이는 팍 풀이 죽었다.

복실이는 집에 가서부터야. 대신 조금만 먹는 거야?

복실이라는 풀이 조금 살아났다.

복동이는 피자 대신 와플을 먹는다고 했다.

갑자기?

피자는 내일 다 같이 먹자고 했다.

복동이는 와플에 아이스크림을 올려서 먹겠다고 했다.

더욱 디테일하게 살아나는 후식.



밥이 한 숟가락 남았는데 자꾸 먹는 얘기를 하니 나도 먹고 싶어졌다.

복동이의 목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인 걸까.

남은 밥 한 숟가락을 두 입에 나눠 천천히 먹었다. 음미하면서.

부족하다. 부족하다.

후식인데 어때, 나도 와플 먹을까. 다 같이 피자를 먹자고 할까.

요동치는 마음을 붙들어 매려고 안간힘을 쓰다 짜낸 전략.

나 스스로 똑똑하다 생각했다.

후식을 참고 저녁 식사를 마쳤으니 말이다.

나는 바보인가.

후식이나 밥 한 공기 더 먹는 것이나.

더해진 밥 한 공기를 아껴 아껴 먹었다.

복동이가 와플 얘기를 하는 동안 내내.

그리고 내일 저녁에 다 함께 먹을 피자 메뉴를 고르면서.



야식을 안 먹으니 자꾸 다른 음식들이 튀어나온다.

후식 그리고 과식.

과식보다 후식이 더 나았을까.

그러나 암만 생각해 봐도 피자와 와플을 참은 건 잘한 일이다.

밥 한 공기가 그걸 막아줬다.

먹을 것의 유혹을 더 많은 음식으로 막아내다니

나야 참 징히다.

징글징글하고 어메이징하다.



복동이는 와플 하나를 사 왔다.

하나로 셋이서 먹겠단다.

자신도 먹는 걸 줄여보겠단다.

내일 저녁으로 피자를 먹을 거니까, 와플 후식은 맛만 본단다.

와플 반쪽과 아이스크림을 하나 붙잡고 그런다.

동생들은 와플 4분의 1쪽씩 나누어 줬다.

아이스크림을 척척 얹어서 와플을 한 입씩 베어 먹는다.

와플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아이스크림을 퍼먹는다.

아이스크림까지, 후식이 제대로다. 맛만 보기는 무슨.



나는 쩝쩝 입맛을 다시며 드라마 볼륨을 더욱 올리고 설거지에 집중했다.

밥 배가 불러서 먹을 생각이 하나도 안 났다.

거짓말.


그냥 후식을 먹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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