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휴게소에서
휴게소에서 참깨 스틱을 샀다. 참깨스틱은 운전 중 잠 깨는 용도로 남편이 씹어 먹는 과자다. 부스러기도 없고 길고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잠을 깨준단다.
남편은 참깨스틱 하나를 사면서 새우깡도 한 봉 사 왔다. 새우깡은 내 것이 분명하다. 새우깡은 보통 내 안주인데, 이번엔 사도 너무 큰걸 사 왔다. 나는 맥주 안 마시는데 날 시험해 보려고 사 온 걸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셋째 아들 달복이가 커다란 새우깡 과자를 들고 그런다.
“엄마 한잔해요.”
아이들도 다 아는 내 안주다. 나는 새우깡과 김 안주만 놓고도 한 캔 맥주를 즐기는 사람이다. 달복이는 아직 나의 야식 참기 프로젝트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남편이 대신 얘기해 준다.
“엄마 야식 안 먹잖아. 100일 동안 맥주도 안 마신대.” 남편이 친절하게 말했다.
“정말요?” 달복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맞아, 엄마 벌써 10일 됐다!”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새우깡은 어떡해요?” 달복이가 커다란 새우깡을 손에 들며 말했다.
새우깡은 내일 낮에 먹어야겠다. 왜 마음 싱숭생숭하게 새우깡을 사 왔을까. 그것도 커다란 노래방 새우깡으로 사 올 게 뭐람.
휴게소에서 소시지를 샀다. 복실이는 프라이드 닭꼬치를 주문했다.
“간식 안 먹기로 한 거 아니었어?”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무는데 남편이 뒤늦게 물었다.
“아니야, 우리 야식만 안 먹는 거야.” 복실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복실아, 우리 밤 되기 전에 열심히 먹자.” 복실이와 나는 살며시 웃었다.
먹을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며 소시지와 꼬치를 진지하게 먹었다. 막 튀겨 나온 프라이드 닭꼬치는 무척 뜨거웠다. 복실이는 호호 불며 천천히 먹었다. 내 소시지는 케첩 범벅이었다.
“그럼 우리 오랜만에 휴게소에서 우동 먹고 갈까?” 남편은 간식을 안 먹는다더니 한 술 더 뜬다. 출출하기는 한데 간식을 먹을 수 없는 형편의 남편은 식사를 택한 것이다. (남편은 간식도 안 먹고 있다) 간식에 이어 우동이라니 탁월한 저녁식사다. 복 받을 지니.
복실이는 어묵우동을 시켰다. 나와 남편은 그동안 못 먹은 라면을 시켰다. 밥 한 공기도 시켰다. 라면 국물에 밥 한 술까지 말아먹었다. 집으로 오는 동안 배가 팅팅 불었지만 만족스러웠다.
집에 와서도 한참 동안 배가 더욱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배를 문지르면서 불룩한 배를 소화시켰다. 마침 그 모습을 목격한 둘째 복이가 또 마구 웃었다. 아들의 사악한 미소에 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먹은 라면인데 왜 배가 안 꺼지는 걸까. 소시지도 같이 먹어서 그런가? 딱 한 숟가락 밥을 말아먹었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 다른 건 정말 아무것도 안 먹었단 말이다!
움직이기는 싫고 이 배를 어떻게 꺼뜨릴 수 있을까. 꺼뜨리는 게 아니라 날씬하게 쏙 빠지게 만드는 방법이 무얼까. 가스가 가득 차 뱃속이 더부룩하다. 물이라도 마셔서 수분 속에 가스를 녹여 볼까. 포집이 될까 안 될까. 포집이 안 된다면 배출을 해야 할까.
복이는 일요일 종일 운동 모드다. 낮에는 오랫동안 자전거를 탔다. 저녁을 먹고 간식을 먹고 철봉과 덤벨 운동을 한다. 흥. 칫. 뿡. 날씬하고 건강하고 좋겠다.
라면 배가 안 꺼져서 내내 배를 두드리고 문지르고 어루만졌다. 둥글게 둥글게 손바닥으로 아무리 돌려도 배는 작아지지 않았다.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배를 문지르다 문득,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던진 복이의 말이 생각났다.
“운동하세요, 엄마.”
거실을 천천히 걸어보고, 제자리에서 살살 걸어보고, 스트레칭을 한 번 더 했다. 배야 배야 꺼져라.
저울에 올랐다. 저울이라고 하니 근수를 재는 돼지 살코기가 된 것 같다. 체중계로 바꿔보자.
체중계에 올랐다. 가스는 살이 아닌 게 분명한데 어젯밤보다 500그램이 더 나간다. 더 빨리 움직여서 부푼 배를 꺼뜨려야겠다.
설마 가스를 안 빼고 잔다고, 잠자는 동안 살로 변신하는 건 아니겠지? 수면 중 부푼 배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스는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해진다.
<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은 초등 딸아이 복실이와 함께하는 야식 참기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