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티끌 모아 태산
<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은 초등 딸아이 복실이와 함께하는 야식 참기 프로젝트입니다.
복실이가 한밤중에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낮에 너무 많이 먹었다고 했다. 저녁 먹고 할머니 집에서 우동을 두 젓가락 먹었다고 했다. 그 정도야 뭐 먹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복실이가 하루 동안 먹은 간식들을 줄줄이 읊어대자 비로소 나는 ‘많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학교 끝나고 분식집에서 떡볶이 떡 두 개랑 피자치즈 볼 반 개 먹었어. “ 복실이가 ‘두 개’와 크기가 작은 것을 강조하며 말했다.
“뭐 얼마 안 되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 ’키커바‘도 하나 먹었어.” 복실이가 곧이어 말했다.
“키커바는 엄청 큰 거 아니야? ‘커’ 자가 들어있잖아.” 내가 과장해서 말했다.
“아니야 ‘키커바’ 아니고 ‘키카바’야. 요만 해.” 복실이가 검지 두 개로 아주 작은 네모를 그리며 말했다.
“엄마, 나는 키커바 여섯 개나 먹었어. “ 옆에서 달복이가 말했다. 오빠의 말에 복실이는 부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키커바’ 맞아? ‘키카바’가 아니고?” 나는 그 초코바의 이름이 궁금해서 달복이에 다시 물었다.
키가 커지는 바인지 커다란 초코바인지 이름이 뭐 중요하겠는가, 그런데 왠지 ‘커’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초코바가 엄청 클 것 같았다.
“‘키커바’ 맞을걸?” 달복이가 말했다.
말라서 뭐든 더 먹어야 하는 빼빼 마른 달복이는 ‘키커바’든 ‘키카바’든 상관이 없다. 그런데 초코바 하나 먹은 복실이에게는 초코바의 크기가 아주 중요하다. 복실이도 그걸 아는 아는지 초코바의 크기를 매우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아니야 그거 정말 작았어. 아주 작아, 요만했어. 반장이 하나씩 줘서 먹은 거야. “ 복실이는 두 손으로 다시 한번 동그라미처럼 보이는 작은 네모를 그려 보이며 초코바가 작다는 걸 강조했다.
“또 먹은 거 없어?” 혹시나 싶어 물었다.
“음... 쌍쌍바 한쪽. 그건 오빠랑 반 나눠 먹었어.” 복실이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복실아 너 가게 와서 새우깡도 먹었잖아.” 복실이에게 말하면서도 먹는 걸 가지고 너무 추궁하는 것 같아 좀 미안했다.
“복실아,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만족스럽게 먹자. 그리고 우리 간식 일지를 적어야 할 것 같아. ”복실이 입이 댓 발 나왔다.
조금씩 먹어도 여러 가지를 먹으면 양이 많아진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그 말을 간식의 양에 사용하다니 참.
나는 무슨 간식을 먹었더라. 나야말로 정말 간식 일지를 적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