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16 음식은 마음이다

by 눈항아리

하교 후 딸아이가 문자를 보냈다.


“드실래요?”


문자와 함께 사탕과 젤리 사진도 날아왔다.

“아니, 엄마는 안 먹어. 오빠랑 나눠먹어.”


미술학원에 다녀온 딸아이가 요리를 만들어 왔다. 카스텔라빵 위에 하얀 생크림을 올리고, 빨간 체리로 장식한 미니 케이크였다.


“엄마, 아빠랑 같이 먹어요.”


딱 봐도 뱃살에 엄청 부담이 될 것 같은 폭신한 생크림이 듬뿍 올라가 있었다.


“우와 맛있겠다. 이따 아빠랑 먹을게. “


먹기는 무슨, 저녁밥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밥을 먹고 나선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데. 우선 냉장에 보관했다. 그리고 잊었다.



퇴근 후 집안 정리를 하고 있었다. 큰아들 복동이는 방전 상태로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새 학기를 시작하며 가지게 된 불만 사항을 하나 둘 꺼내놓고 있었다. 한숨을 푹푹 내쉬고, 소리를 지르며, 학교에서 있었던 답답한 심정을 토해냈다. 부산한 엄마에서 인자하고 살가운 엄마로 변신해 누운 아이 옆에 앉았다. 아이는 더욱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하루에만 똥 세 덩이를 밟은 것 같아.”


울분에 차 씩씩거리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같이 욕을 해주고 달래주면서 나는 어이없게도 먹는 걸 생각했다. 나의 뇌는 참 한결같다. 그 와중에 먹는 게 생각나다니. 그러나 화나고 짜증 날 때, 뭔가 안 풀리고 응어리가 생겼을 때 먹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있던가. 얼큰하고 매운 국물에, 후루룩 면발에, 빨간 김치 한 젓가락이면! 그 순간 아들에게 불닭볶음면 하나 끓여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야식을 참고 있지 않던가. 아들도 나를 본받아 야식을 참고 있지 않던가. 그런 아이에게 매운 라면을 먹겠느냐는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아침이 되었다.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하루 숙성되어 더 맛난 미니 케이크를 꺼냈다. 커피 둘, 우유 둘, 미니 케이크 하나, 숟가락 네 개를 놓았다. 남편과 나, 셋째와 넷째 이렇게 넷이 모여 아침의 다과 시간을 가졌다. 과일 좋아하는 달복이가 체리를 먼저 퍼먹었다.


“나는 달달한 설탕절임 체리 안 먹어.” 나는 단물 범벅이 된 체리를 양보한다고 선언했다.


달복이가 체리 하나를 더 먹었다. 남편도 합세해 미니 케이크 한 숟가락을 퍼먹었다. 복실이는 엄청 맛있다며 퍼먹었다. 남편도 체리를 안 먹었다. 복실이도 체리를 하나 더 먹었다. 아침으로 먹은 생크림 미니 케이크는 맛있었다. 작아도 나눠먹는 맛이 좋았다. 폭신한 생크림이 뱃속을 두둑하게 만들어 주었다.


복실이는 제가 만들어온 작은 케이크를 가족들이 함께 나눠먹어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야식 참기 프로젝트는 절찬리에 진행되고 있다. 16일 차.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먹는 것을 참아야 하는데 자꾸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먹는 것에 대한 오늘의 생각.

음식은 그저 입에 넣는 식물이나 동물이나 가공품이 아니다.

음식은 그저 배를 불리는 용도가 아니다.

음식은 그저 뱃속에 들어가 소화가 되어 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은 나눔이고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자꾸 권하게 된다.

음식은 마음이다.


딸아이는 나에게 사탕과 젤리를 권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함께 먹자고 했다.

나는 열불 나는 아들에게 매운 라면을 끓여주고 싶었다.


음식은 마음인데, 사탕을 하나 받아둘 걸 그랬나.


<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은 초등 딸아이와 함께하는 야식 참기 프로젝트입니다.


셋째 달복이는 밤중에 시리얼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나에게도 먹으라고 권했다. 딱 잘라 안 먹겠다고 했다.

한밤중의 “드실래요? ”는 무섭다.

달복이는 동생 복실이에게도 물었다.

“한 그릇 먹을래? ”

복실이도 딱 잘라서 야식은 절대 안 먹는다고 했다.

음식은 마음이다. 그러나 야식을 권하는 건 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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