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34 절제의 기술

by 눈항아리

저녁밥을 두 그릇 먹었다. 흔한 일은 아니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기에는 세 그릇까지도 먹었는데, 이제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나도 절제를 아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아주 가끔 두 그릇을 먹는다.


맛있는 닭볶음 앞에서 정신이 가출한 듯했다. 내가 만든 요리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밥 한 그릇을 뚝딱 비벼 먹은 후 발길이 저절로 밥통 앞으로 이동했다. 손이 혼자서 주걱을 들고 밥을 펐다. 어느 순간 식탁에 앉아 밥그릇에 고개를 박고 있었다.


호기롭게 먹었으나 더부룩한 배가 밤까지 꺼지지 않았다. 많이 먹으면 소화가 더딜 수 밖에 없다. 부른 배를 주무르며 저울 위에 올랐다. 숫자를 보고 나서야 후회가 막심했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복실이와 함께 자전거에 올랐다. 지금 당장 500그램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담아 5분만 달리자 생각했다. 그러곤 7분을 달렸다. 복실이는 자전거를 더 타고 싶다고 했고, 남편은 최소 20분은 달려야 한다고 했다. 들리는 소리를 싹 무시하고 열이 나고 다리가 아프니 그만 탄다고 내려왔다.


7분 실내 자전거. 다리 풀기 완성. 짧은 시간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그 속에 함께 달리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다.


복실이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오늘 간식 먹었어요. 죄송해요.”


왜 나한테 죄송하지 모르겠다. 아이가 먹으면 내가 화를 내거나 꾸중을 하나? 나 그런 엄마 아닌데. 우리의 약속을 저버려서 미안한 마음이 있는 건가.


“왜 엄마한테 미안해. 네가 먹는 음식이 너를 만드는 거야. 네 살과 대화를 해봐. “


그게 더 잔인하다. 아이는 뱃살을 쥐어 본다. 나도 내 뱃살을 쥐어 본다. 우리는 슬픈 뱃살 공주들이다.


“할머니가 방울토마토랑 초콜릿 주셨어요.” 아이는 자신이 뭘 먹었는지 읊어댄다.


“할머니가 주시는데 안 먹을 수 없지. 그래도 다음번엔 밤엔 살이 찌니까 초콜릿은 남겨놨다 낮에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 되겠다.” 아이에게 지혜로운 거절의 방법을 전수해 줬다. 내가 좀 근사한 엄마인 것 같았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주신 건 안 먹었어요.”


“우와 우리 딸 장하다.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참았을까?” 아이는 나를 닮아 근사한 인간으로 자라고 있다.


실은 나도 밥 한 공기를 더 퍼먹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 몸에게.

밥을 더 먹었다고 몸무게가 늘어서 또 죄송했다.

아이도 하는 고민인데, 나는 어떤가.

먹는 것 앞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

먹고 나서 후회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절제를 아는 사람이 되자.


배는 비워졌고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무엇을 채울지 얼마나 채울지 고민하자. 제발 먹기 전에.


절제란 참기만 하는 게 아니다. 절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오늘 배운 기술은 먹기 전에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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