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참아라, 딱 100일만

33 새우깡 부스러기

by 눈항아리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천 원을 건넸다.


“아이스크림 사 와. 복실이는 돼지바? 엄마는 캔디바. 오빠들이랑 아빠 것도 사와. 돈 남기지 말고 다 사와. 알았지? “


복실이는 지난밤 꾹 참았던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다. 복실이는 이제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에 혼자서 간다. 인도 없는 골목길엔 차가 쌩쌩 달린다. 그래도 씩씩하게 요리조리 차들을 보면서 잘 간다. 많이 컸다.


돌아온 아이 손에 흰 봉지 가득 갖가지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아이 얼굴이 활짝 폈다.


봉지를 뜯고 나무 막대기를 들었다. 녹이고 깨물고 빨아먹는다. 음~ 이 맛이야. 복실이랑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아이스크림 맛을 음미한다. 냉장고에 다섯 개나 더 쟁여놔서 마음이 더욱 푸근하다.


저녁을 먹고 달복이가 새우깡을 먹는다고 했다. 복실이는 아쉬워하는 얼굴로 안 먹는다고 했다.


“저녁 먹었잖아. 나는 새우깡 안 먹어. ” 엄마 눈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괜찮아 아직 8시도 안 됐잖아.” 달복이가 말했다.


“맞아 복실아, 집에 가서 밤늦게 안 먹으면 돼지. 오빠랑 가서 먹어.”


“그래도 난 안 먹을래.” 아이는 결심한 듯 말했다.


그러면서 복실이는 오빠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돌아온 아이는 입술에 새우깡의 흔적을 달고 있었다.


“너 먹었어?”


“으으으 응.” 복실이는 죄를 지은 것처럼 미안해하면서 말했다.


“엄마도 며칠 전에 꿀꽈배기 한 봉지 혼자서 다 먹었어. 너무 먹고 싶어서 봉지를 뜯었는데 금방 다 없어지는 거야. 그래서 앞으로는 작은 그릇에 덜어 먹으려고. 복실이는 숫자까지 세고 먹었구나. 장하다. ”


“그런데 엄마, 작은 그릇에 덜어도 또 덜어 먹고, 또 덜어 먹고 그러면 금방 과자 봉지가 빌 것 같은데? 흐흐. ”


먹는 게 잘못이 되면 안 된다. 야식 참기를 하면서 복실이에게는 밤중, 집에서 등의 허술한 기준을 세워줬다. 나는 저녁을 먹고 안 먹는다는 야박한 기준을 세웠다. 그런데 아이는 애써 내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내가 강요하지 않았지만 먹을 때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심지어 빼빼 마른 달복이 조차 그런다.


“엄마 초콜릿 먹어도 돼요? ” 한밤중에 초콜릿 하나를 먹으려고 엄마에게 허락을 구하는 말이다.


‘그냥 좀 먹으라고. 양치만 잘하라고. 자꾸 물으니까 나도 초콜릿 먹고 싶다고! ’


나는 밤중에 안 먹고 있다. 먹고 싶어도 안 먹고 싶다. 그래도 배가 고픈 건 아니었다.

그런데 어제는 저녁을 단출하게 먹어서 그런가 퇴근 후 배가 고팠다.


“나 배고파. ” 남편에게 말했다.


“밥 볶아 줄까? ” 남편이 말했다.


“나 밤에 안 먹는 거 알면서.” 신경질적인 말투가 튀어나왔다.


내 밥을 남편이 빼앗가 간 것도 아닌데 왜 남편에게 그런 말투를 내뱉었을까. 왜 배가 고프면 신경이 곤두서는 걸까.


“그럼 일찍 자. 배고프면 자야지.”


남편의 말대로 일찍 잤다. 저녁밥은 모자라지 않게 든든히 먹어야겠다.



밥은 든든히 간식은 꾹 참기.

그러나 낮에 간식 하나 정도는 맛있게 먹기.

복실이는 좀 허용하기.

아이 맞춤 느슨한 규칙 적용하기.

맛있게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기.


새우깡 작은 부스러기를 입술에 묻히고 온 우리 복실이는 참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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