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오늘은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달복이와 복실이가 서울에 갔습니다.
엄마, 아빠 빼고 놀러 갔습니다.
평소와 같이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새벽이래도 5시면 벌써 훤합니다. 오늘은 달복이의 생일이니 미역국을 먼저 끓입니다. 왠지 미역국을 안 먹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새우를 튀기고, 감자를 볶고, 과일도 준비했지요. 반찬을 해서 거하게 차려도 식판에는 한두 개씩 올라가니 모양새가 허술합니다. 그래도 나름 신경 쓴 날입니다.
꼬마 둘이 오늘은 큰 아이들보다 먼저 일어났습니다. 체험학습을 내고 공식적인 결석을 하는 날입니다. 아픈 날 빼고는 생애 최초 공식적으로 학교를 빠집니다. 일어나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나오더니 깨워줘서 정말 고맙답니다. 자기들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식사를 마칩니다. 심지어 복실이는 새우 2개랑 미역국에 밥 두 술을 말아먹고선 배가 부르답니다. 치카와 세수를 하고 옷 갈아입기까지 일사천리입니다. 오늘 기사님 아빠는 준비도 안 되었는데 신발을 신으려고 합니다. 매일 놀러 가는 날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꼬마 둘이 놀이공원에 갑니다.
어젯밤에는 왜 엄마는 같이 안 가는 거냐며 불만도 표하더니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엄마 생각은 안 나나 봅니다. 불러 세워 한 번씩 꼭 안아주고 보냈습니다.
아침 7시도 안 되어 아이들을 아빠 차에 실어 보냈습니다. 할머니랑 고모랑 출발합니다. 점심은 뭘 먹었는지 잠은 안 오는지 걱정이 됩니다. 고모가 놀이기구 타는 사진을 보내주는데 엄머의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즐거운 표정입니다. 점심은 롯데월드에 가니 롯데리아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달복이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오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몰랐는데 엉덩이 붙이고 앉고 보니 마음이 왠지 허전합니다.
학교 가 있는 시간이랑 크게 차이도 안 나는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가 봅니다.
평소라면 꼬마들이 학원 끝나고 돌아올 시간입니다. 이제 몇 시간만 기다리면 서울서 출발할 겁니다. 몇 시간만 싱숭생숭한 마음을 돌보면 됩니다.
어머니는 제 손을 놓으며 어떤 마음이셨을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