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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18. 2024

꼬마들이 날 빼고 놀러갔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달복이와 복실이가 서울에 갔습니다.

엄마, 아빠 빼고 놀러 갔습니다.


평소와 같이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새벽이래도 5시면 벌써 훤합니다. 오늘은 달복이의 생일이니 미역국을 먼저 끓입니다. 왠지 미역국을 안 먹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새우를 튀기고, 감자를 볶고, 과일도 준비했지요. 반찬을 해서 거하게 차려도 식판에는 한두 개씩 올라가니 모양새가 허술합니다. 그래도 나름  신경 쓴 날입니다.


꼬마 둘이 오늘은 큰 아이들보다 먼저 일어났습니다. 체험학습을 내고 공식적인 결석을 하는 날입니다. 아픈 날 빼고는 생애 최초 공식적으로 학교를 빠집니다. 일어나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 나오더니 깨워줘서 정말 고맙답니다. 자기들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식사를 마칩니다. 심지어 복실이는 새우 2개랑 미역국에 밥 두 술을 말아먹고선 배가 부르답니다. 치카와 세수를 하고 옷 갈아입기까지 일사천리입니다. 오늘 기사님 아빠는 준비도 안 되었는데 신발을 신으려고 합니다. 매일 놀러 가는 날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꼬마 둘이 놀이공원에 갑니다.


어젯밤에는 왜 엄마는 같이 안 가는 거냐며 불만도 표하더니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엄마 생각은 안 나나 봅니다. 불러 세워 한 번씩 꼭 안아주고 보냈습니다.


아침 7시도 안 되어 아이들을 아빠 차에 실어 보냈습니다. 할머니랑 고모랑 출발합니다. 점심은 뭘 먹었는지 잠은 안 오는지 걱정이 됩니다. 고모가 놀이기구 타는 사진을 보내주는데 엄머의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즐거운 표정입니다. 점심은 롯데월드에 가니 롯데리아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고 싶다고 했는데 달복이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오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몰랐는데 엉덩이 붙이고 앉고 보니 마음이 왠지 허전합니다.


학교 가 있는 시간이랑 크게 차이도 안 나는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가 봅니다.


평소라면 꼬마들이 학원 끝나고 돌아올 시간입니다.  이제 몇 시간만 기다리면 서울서 출발할 겁니다. 몇 시간만 싱숭생숭한 마음을 돌보면 됩니다.


어머니는 제 손을 놓으며 어떤 마음이셨을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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