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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22. 2024

꼬마들 외박 사건으로 얻은 여유

복실이와 달복이가 처음으로 할머니 집에 자러 갔습니다. 엄마 병원 간 날 빼고는 처음입니다.


둘이서 자고 간다고 쿵짝쿵짝하더니 결정해버렸습니다. 고모 차에 실려 달복이와 복실이가 갔습니다.


이것이 웬 기회인가요. 꼬마 둘이 사라지니 불타는 금요일을 즐겨야지요. 중학생 형아 둘이 데리고 치킨집을 찾아갑니다. 생전 처음으로 큰 아이 둘을 데리고 따끈한 치킨을 먹으러 갑니다.


근처 치킨집은 11시 마감이래도 불이 꺼져있습니다. 그래서 밤에도 대낮같이 훤한  동네를 찾아 갑니다. 검색하니 새벽 3시까지 하는 집도 있습니다. 첫 번째 간 페***는 아빠가 즐겨 가는 집입니다. 아쉽게도 10가 넘은 시간이라 포장만 된다고 합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밤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거리를 구경합니다. 술집과 대형 카페만 문을 열어놨습니다. 꽤 많이 열어놨습니다. 대학가 옆이라 젊은이들만 있습니다. 우리도 젊은이 둘이 있습니다. 그러니 괜찮다~~ 그러면서 먹을 것을 찾아다녔습니다. 죄다 술집이고 술집 앞에 나온 사람들은 죄다 담배를 피웁니다.


온 길을 되돌아와 어두운 골목길에서 굽*치킨을 찾았지요. 복이가 좋아하는 치킨집 이름입니다. 치킨 두 마리를 시켜놓고 콜라 1.25리터를 시키니 시원한 맥주컵을 내줍니다. 콜라를 맥주와 같이 즐기며 치킨을 뜯었습니다.


아이 둘을 외박 보내고 나니 이렇게 여유롭네요. 삶의 질이 마구 올라갑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외출 얼마 만인가요.


게임 이야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아빠가 물었지요.  


“무슨 말 듣기가 제일 싫어?”


보통의 청소년은 공부, 핸드폰 뭐 이런 걸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복동이는 말합니다.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빨래 옮겨. 건조기에서 빨래 꺼내줘.’


복이는 말합니다.


‘복실이 머리 말려줘.‘


큰 아이들에게 매번 양보와 배려를 강요하면서 꼬마 둘을 챙겨달라 강요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침은 고요하고 엄마의 괴성도 없습니다.  아침 준비 시간도 30분이 넉넉합니다.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런가 아침 독서 시간에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턱을 괴고 또 졸다가 밭에 나간 남편 옆에 가 앉았습니다. 오이를 한 아름 땄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들러 상추도 한 아름 땄습니다. 아침이 이렇게 여유롭다니요. 평소라면 큰 아이들에게  시켰을 사소한 심부름도 스스로 할 줄 아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이런 평화로움도 가끔 좋은 것 같습니다. 무지 좋습니다.



오늘은 사실 복실이의 생일입니다.


“복실아 생일 축하해.”


복실이의 생일날 엄마는 평화를 선물받았습니다. 밤에 만나면 생일 축하를 거하게 해주겠습니다. 미역국은 건너뛰어도 되겠군요. 하하하.


간만의 여유 덕분에 우리 배에 치킨을 든든하게 저장했습니다. 여유 덕분에 아침의 얼굴이 팅팅 불었습니다. 여유 덕분에 마음이 바다와 같이 넓어집니다.


그래도 복실이와 복이가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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