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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실이 풋고추 먹다

by 눈항아리

고추 모종을 심은지 40여 일이 되어 간다. 풋고추 따먹는 계절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풋고추. 스스로 한 주먹씩 따온다. 마트 가서 스스로 쌈장도 구비해 온다.


풋고추를 따온 남편 막내 복실이를 꼬셨다. 맛있는 건 나눠먹어야 맛인가, 같이 먹자고 한다. 안 매운 고추란다. 복실이, 한 입 맛보더니 씹는 맛이 좋은가? 하나를 다 먹는다.


고추에 쌈장을 듬뿍 찍어 ‘와그작’ 고 작은 입으로 잘라먹는다. 제가 잘라먹은 고추가 신기한지 단면을 빤히 쳐다본다. 초록 고추 안에는 하얗고 동그란 작은 씨가 가득 들었다. 상추쌈에 쌈장 올려 먹은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고추에 쌈장을 듬뿍 찍어 먹는다. 신기방기하다. 덩달아 셋째 오빠 달복이도, 큰 오빠 복동이도 난생처음 풋고추 맛을 본다. 안 맵다는데 당최 믿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연약한 초록 고추를 아작아작 씹어 먹는다. 풋고추 맛이 어떠하냐?? 멀쩡한 아이들이 괜히 이상해 보인다. 괜찮은 거 맞겠지? 올해 고추가 죄다 안 매운 고추인 건 아니겠지? 좀 달큼하고 매워야 고춧가루가 맛나는데 복실이가 먹는 고추라니 좀 걱정이 된다.


고추의 맵기와 상관없이 편식쟁이 복이와 엄마는 꿋꿋하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고추는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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