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나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순간을 찾아 빨간 동그라미를 친다. 매일이 정지된 듯 같은 모습이라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무 하나, 풀 한 포기에 애정을 쏟으면서 그들의 어제와 오늘이 보이게 된 것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 다른 그림 찾기.
보면 볼수록 마음이 간다. 마음이 갈수록 더 많이 보인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시간까지도 보이는 것일까.
지나가다 문득 제일 가녀린 첫 번째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과 건물의 사잇바람을 통으로 맞으면서도 당당히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서 있는 나무. 늘 잔가지를 흔들어 대는 요란한 녀석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숨은 그림을 찾았다. 그의 볼품없는 줄기를 볼일이 없었는데 오늘 보니 연두색 이파리를 몸통에 하나 달고 있다. 말라비틀어진 딱딱한 나무껍질에 돋아난 새싹이 이색적이다. 새싹은 운 좋게도 바람을 등지고 남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무의 배꼽을 뚫고 나오기라도 한 듯 거친 표면을 안으로부터 살금살금 긁어대었을 테다. 그 간지러움을 나무는 어떻게 견딘 것일까. 답답한 울림이 터져 나오며 나무는 껍질에 길고 가느다란 틈새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른다.
딱딱한 껍질은 겹겹이 벗어진다. 흡사 흙과 돌처럼 풍화 작용이라도 겪는 듯 햇빛에 그을리고 비바람에 견디며 닳고 닳았다. 오랜 나무의 태곳적 줄기는 부피를 늘리다 못해 이제는 쩍쩍 갈라져 떨어져 나간다. 언뜻 고목 같아 보이는 거친 표면은 맥박이라도 뛰는 듯 연둣빛 심장 소리를 내며 살아있음을 알린다. 나무의 두근거림이 작고 뾰족한 잎새를 통해 잔잔하게 전해진다.
깊은 땅 속에서 물을 끓어 올려 위로 위로 작은 가지들로 초록 잎으로 전해 준다. 물 한 모금 축이려고 할 새 없이 뜨거운 여름 한낮의 햇살이 앗아가 버린다. 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이 껍데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저 나무를 보호하며 갑옷으로 전락해 버린 슬프고도 거칠한 피부가 단단하기만 하다. 그것의 수고로움을 아는 듯 찾아와 준 연둣빛 작은 가지에 매달린 앙증맞은 잎새가 고맙기만 하다.
나무의 시간을 모두 품고 있는 껍질은 때로는 부서지고 때로는 파헤쳐지고 때로는 속살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기도 한다. 덩굴이 서서히 기어 올라와도 저항하지 못하고 묵묵히 자리를 내어 준다. 바보스럽기도 하고 무르기만 한 모습에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 그도 화답을 한다.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줄기에게 잎에게 전해달라고 한다. 팔랑거리며 바람에게 늘 말을 건다. 나무의 언어는 묵직한 세월을 견딘 단단한 껍질로부터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나뭇잎이 뜨끈한 바람에 팔랑거린다. 오늘 하루 많이 뜨거웠다고 그런다. 피부가 많이 건조하고 꺼칠하다고 볼멘소리다. 그런 나무에게도 여름이 왔다. 며칠 퍼부은 비에 물오른 나무는 높다란 가지에 매달린 초록 잎까지 물기를 전하고도 푸석한 피부에 광채가 나도록 전달은 못하고 대신 연두 꽃 한 송이를 보내주었다. 그건 여름 비가 보내준 선물이다. 고목나무에 꽃이 피듯 반갑다.
메마른 나무 단단한 껍질에 연두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