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흐릿한 하늘을 마주하며 달린다. 회색 하늘은 빛을 내려주지 않으니 나뭇잎도 사물도 눈에 들지 않는다. 집을 나서며 새로운 것을 찾는 눈을 번쩍 떠 보지만 우중충한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 아이들과 잠자는 숲 속의 달복이가 좋은지 숲 속의 잠자는 달복이가 좋은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며 출근한다. 주니어 카시트를 떼고도 자꾸 차에 드러누우려 하는 달복이는 눈이 반쯤 감겨있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며 부산한 가운데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광경을 목격했다.
반대편 인도에서 쫑쫑거리며 걷는 녀석들 발견!! 그건 평소라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눈이 절로 갔고 보고 또 보고 지나치며 보고도 사이드 미러로 보고 또 보아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시골이라고 해도 보기 힘든 닭들의 행진. 허옇고 누런 닭 대여섯 마리가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농가가 있는 곳도 아닌 멀쩡한 도로와 인도가 있는 곳. 차는 이미 시내에 진입한 지도 한참이었다. 주인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닭들이 걷고 있었다. 그들은 탈출을 한 것일까. 그저 평소처럼 자신들의 일정대로 느긋한 산책을 즐기고 있었던 것일까.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도로에서 닭을 보니 지난날 도로에서 만난 또 다른 조류가 생각났다. 그 조류는 비둘기였는데 길을 건너고 있었다. 영리하게도 전생에 사람이었는지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사람이 다니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중간에 어디로 날지도 않고 방향을 비틀지도 않고 곧장 직선으로 걸어가 마지막 흰색선까지 도달하고 반대편 인도에 도달했을 때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른다. 아이들과 입을 모아 그 비둘기 똑똑하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요즘 동물의 비행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하늘을 쳐다보는 횟수가 늘었다. 아이 둘과 손을 잡고 가게 근처를 걷다가 떼를 지어 다니는 새들을 목격했다. 골목길 전봇대에 다닥다닥 붙어서 떼창을 부르는 참새를 보는가 하였는데 그 녀석들 알고 보니 참새가 아니라 제비 떼였다. 제비 떼가 높다란 전깃줄에 줄줄이 앉아서 짹짹거리니 그 수가 너무 많아 참새떼인 줄 알았던 것이다. 제비가 왜 골목길에 와서 노는 줄 모르겠으나 둥지는 여기 없고 뭔가 놀거리가 있는 것인가, 먹잇감이 있는 것일까. 날개를 펼치고 활공비행을 하는 멋들어진 제비의 모습만을 생각하다 좁다란 한 줄, 전깃줄에 작은 발로 착지하기 위해 날개를 퍼덕거리는 낯선 모습을 구경하니 참 재미났다. 다 큰 녀석들이 새끼들처럼 짹짹거리는 소리가 영 짓궂다. 숫자가 많아 전깃줄 아래 주차를 한 차들은 새똥의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그건 길을 따라 솟아있는 전봇대를 이어주는 전깃줄에 작은 발을 얹고 나란히 앉아있는 제비들이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전깃줄뿐만 아니라 길에도 하얀 똥자국이 군데군데 보이더니 하나를 찾으니 두 개, 세 개가 보인다. 우리도 똥을 맞을까 봐 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아이야 엄마가 어릴 적에 말이다. 학교 갔다 집에 오는 길에 말이야, 골목길 지나 어느 지점에서 날아가는 새가 싼 똥에 맞았지. 머리에 맞은 똥을 보고, 날아가는 새를 보고 뭐라고도 못하고 씩씩거리며 집으로 갔지. 이런 말을 아이에게 전해주자 아이는 머리에 두 손을 얹고 더 빨리 걸었다. 새똥을 맞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서 어릴 적 살던 동네 골목길 그 자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날아가는 새의 똥을 맞아본 사람 어디 손 한번 들어 보시오!
날지 못하는 닭은 닭장을 뛰쳐나와 도롯가를 걷고, 야생을 떠나 사람의 숲에 사는 비둘기는 교통규칙을 지키고, 제비는 참새처럼 모여 앉아 떼창을 부르고 있었다. 새들이 원래 그랬던가. 관심을 가지고 보아서 안 보이던 것이 보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