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전을 부치며

마음만은 추석준비

by 눈항아리

추석은 한참 남았다.

연휴는 토요일부터지만

추석은 다음 주 화요일.


목요일, 마트에 갔다.

포뜬 동태살 세 개 만 원!

외치는 아저씨를 보고 몸이 저절로 줄을 섰다.

금방 새 박스를 뜯었다더니

냉동인데도 물이 좋다.

생선전하면 맛있겠다.

전을 부칠 것도 아닌데

꽁꽁 언 동태살 세 팩을 샀다.


금요일 마트에 갔다.

새우 두 팩에 만 원.

저절로 손이 간다.

튀김옷이 입혀진

꽁꽁 언 냉동 새우가 스무 마리.


금요일 오후 마트에 갔다.

쌀이 떨어졌다.

10킬로그램 쌀을 살펴보자니

햅쌀이 눈에 든다.

차례 지낼 것도 아닌데 햅쌀을 샀다.


방앗간을 지나쳐 오는데

기름칠을 하고 투명 옷 곱게 차려입은

큼지막한 송편이

날 데려가~~ 하는 걸 꾹 참고

잽싸게 지나치는데

열린 문 사이로 꼬신내가 얼마나 풍기는지

다시 돌아갈 뻔했다.


추석 음식도 안 하는 나인데

자꾸 뭐가 쌓인다.


저녁밥이 늦었지만

쌓아 놓은 냉동이 들을 위해

손수 요리를 하였다.

해동한 말랑한 명태살로 전을 부치자.

동태전을 해야지 마음먹었는데

뉴스에서 대뜸 추석에는

생선전 먹지 말라는 대문짝만 한

글귀를 보고선 한풀 기가 꺾였다.


물기를 쪽 뺐다고 뺐지만

물이 흥건한 명태살.

이미 시작했으니 메뉴를 바꾸기도 뭣하고

묵묵히 가루를 묻히고 계란옷을 입히는데

손가락 끝에 자꾸 걸리는 가시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더듬어

가시를 빼낸 후에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올렸다.


익히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

조급함이 계란 옷을 더럽히고 생선살을 부스러지게 하였다.

동태 전은 물 건너갔다.

생선살을 프라이팬에 익히면서

뒤집개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다지기 신공을 선보였다.

이 요리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정체성을 찾아주는 게 인지상정.

그래 너는 생선 스테이크다.

스테이크는 납작한 한 덩어리

계란물을 위에 뿌리고 적당한 크기로 모양을 잡아줬다.

모양이 많이 부실하지만 맛만은 좋을 거야 애써 위로했다.


프라이팬 열이 올라

뒤에 올린 동태살은 생선 전과 같이 되었는데

통일성을 위하여 저것을 잘게 조각을 낼까 말까 심히 고민되었다.


생선살 한 팩 우여곡절 끝에 소비하였다.

한 시간 넘게 생선과 사투를 벌이고 나니

밥 먹을 힘이 없었다.


추석 전은 얼마나 힘들까

준비하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생선 전은 가시가 있으니 조심히 드시라는 말을 더한다.


음식은 정성이다.

모양이 엉망이지만 맛있게 먹어준 남편에게 감사를

열악한 환경에서도 저녁 찬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한 나에게도 박수를.


동태전을 부치다
음식은 정성이다. 마음을 곱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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