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든다. 제비 떼가 날아든다. 우리 동네 물이 좋다고 소문이 났나 보다. 지난번 한 무리가 지나갔는데 이번엔 더 많은 무리를 이끌고 찾아왔다. 단체 관광온 물 찬 제비로구나. 비구름을 잔뜩이고 빗방울을 차대며 푸드덕 거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참새다. 날개를 펴고 짧게 활공하며 간간이 제비의 면모를 보여준다
전깃줄을 한 자리씩 차지하려고 날아올라 짹짹거리기를 몇 번 일렬로 쪼르르 앉은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한 줄에 앉은 녀석들이 한 무리일까. 지휘관의 명령이라도 받은 양 나란히 앉아 있는 녀석들은 꾸벅꾸벅 앉아 조는 것일까. 이 비를 맞고? 가만 앉아서 빗소리를 즐긴다.
날갯짓하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새도
줄 하나에 의지해 가만히 앉은 새도 신기한데,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그러하니 신기에 더해 신비롭다.
비 오는 날 전깃줄에 앉은 새란 젖은 머리, 젖은 깃털과 꽁지깃 어느 하나 처량해 보이지 않는 것이 없다. 빗속을 뚫고 들려오는 굵은 울음은 늘 감성을 자극하곤 했다. 그런데 저 제비는 떼로 몰려와 화음이 맞지 않는 떼창을 소리 높여 부른다. 줄을 맞춰 저 높은 까만 줄에 앉아있다 정신없이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또 자리를 바꿔가며 앉았다 한다. 주머구구식으로 ‘와아!’ 함성을 지르며 몰려다니는 어린이 벌떼 축구 현장을 보는 것 같다. 여느 새떼와 같은 일사불란함은 없으나 누구 하나 부대낌 없이 날며, 앉아서도 날개 휘저을 공간을 남겨두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건 참으로 신기하다. 하나 둘이 아니라 떼로 몰려다니며 사고가 없으니 더욱 대단해 보인다. 사람이 저 인원으로 단체 관광을 다녔으면 앰뷸런스 몇 대와 의료진 몇 명을 모시고 다녀야 했을 테다.
그들의 비행은 생존이라 더 치열하고 그들의 짧은 쉼은 비행을 위해 더욱 고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비를 맞아도 애처롭거나 처량하지 않고, 가느다란 줄 하나에 내려앉은 모습이 위태하지 않고 그곳이 자신들이 늘 거하는 거처인 양 안정감이 있었던 것은 왜일까. 전깃줄이 참 튼튼한 것인가, 제비가 가벼운 것인가. 사람이 올려놓은 줄을 하늘이라는 공간에서 자유로이 사용하는 녀석들에게 자릿세를 받을 것 도 아니고 그저 전깃줄은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겠다.
제비 떼는 우리 골목길 높다란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잠시 쉬곤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버렸다. 날이 선선해지니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일까. 잘 날아가겠지? 잘 피해 다니겠지. 빗줄기가 굵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