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놀러 나간 둘째 아들에게 전화를 하여 행선지를 물었다. 비가 올 것을 뻔히 아니 어디 밖에서 놀지는 않겠지만 엄마 마음이 또 안 그런가 보다. 갈 곳이야 뻔하다. 한 시간 피방에서 놀다 온단다. 거기는 전자 기계가 많으니 번개를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순간 생각하였으나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우산을 챙겼느냐 물었다. 아침에 챙겨 간 것을 알지만 또 물었다. 어디에 두고 가뿐한 몸으로 출발하였을 수도 있으니. 피시방에서도 우산을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했다. 오늘 같은 비면 10초 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은 생쥐꼴이 될 수 있다.
수업 늦게 끝나는 첫째 아들에게도 전화를 했다. 전화기를 타고 빗소리가 거세게 들려온다. 평소에도 금요일 저녁은 일정이 바빠 저녁을 건너뛰는데 이 비를 뚫고 가게에 밥을 먹으러 올리만 무지만 그래도 묻는다. 밥은? 끝나고 가서 먹지 뭐. 빵이라도 사 먹어. 중간중간 ‘꺅!‘ 거리는 소음이 들려온다. 신발은 젖을 테니 그냥 편하게 다니라고 말했다. 빗물이 철철 넘치는 길을 걸어가는 아들에게 우산 조심히 쓰고 다니라고 당부하며 핸드폰을 얼른 끊으라고 했다. 엄마야 아들 우산 두 손으로 잡게 빨리 좀 끊자.
셋째 아들 달복이는 가게에서 대기 중이다. 이런 아들이 효자 아들이다. 부모에게 근심 걱정을 끼치지 않는 녀석. 유튜브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넷째 복실이는 3단 접이식 우산 펴고 접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어린이 우산이 다 망가져 오빠들이 쓰는 우산을 가져갔다. 그것을 오늘 꼭 지금 마스터하고 싶단다. 이 비에. 이 순간. 그 우산을 써야 한단다. 3단 자동 우산을 펴야 하는데 누르는 힘이 부족하다. 우산을 활짝 폈다. 접으려면 손잡이에 달린 같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 다시 누른다. 이번엔 더욱 힘이 부족하다. 엄지 손가락 두 개에 온 힘을 모아 꾹 눌러서 성공하였다. 이제는 길이를 짧게 만들어야 한다. 바닥에 우산 중앙 뾰족한 부분을 기울어지지 않도록 놓고 손잡이 끝 부분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누른다. 온 힘을 손바닥에 모아 모아 눌렀더니 손이 쑥 들어갔다. 빨갛고 둥근 손잡이 자국이 복실이 손바닥에 도장처럼 찍혔다. 우산은 다행히 짧아졌다. 3단 자동은 우산은 안 되겠다. 장우산만 남아 있어서 그나마 작다고 배정해 줬는데 어린이 우산을 다시 장만해야겠다. 꼬마들 우산은 수명이 짧다. 그리고 자주 돌아오지 않는다.
3단 자동 우산 쓰고 학원 갔던 복실이는 이제 돌아왔다. 엄마의 긴팔 옷을 입고 엄마의 커다란 장우산을 같이 쓰고 돌아왔다. 바람이 거세어 우산이 휘청거렸다. 비가 머리 위에서 내리지 않아 우산을 사선으로 쓰고 바람을 뚫고 돌아왔다.
비가 많이 온다. 집에 어떻게 가지...
큰 비에 남편의 걱정은 한결같다. 이렇듯 비바람이 몰아치면 남편은 농사꾼 레이더를 하나 장착한다.
대파가 다 부러질 텐데...
미리 복토를 좀 해줄걸...
파 좀 미리 뽑아 놓을걸...
“자기야, 복이가 전화를 안 받아. 전화 좀 해봐. ”
“우산 가지고 갔어. ”
누가 모르냐고요. 내 걱정이 과한 것일까. 나와 그의 걱정은 결이 다르다. 이다지도 다를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