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낯선 감정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고독하지 않은 척
슬프지 않은 척
꾸미지 말라.
냉정하게
내 안의 고독과 슬픔을 인식하라.
한 꺼풀 고운 소리로 살포시 덮어도
가려지지 않는
지독한 슬픔과 고독을 마주하라.
나의 슬픔
나의 고독을
마주할 용기라니
철 지난 고춧대 빈 강정 같은
헛헛함을 만나게 될까 봐
밟으면 우두둑 소리를 내며
바스러질까 봐서
철 모르는 농부는
화분에 고이 모셔둔 고춧대를
뽑지 못하고 있는 걸까.
묵은 슬픔과
홀로 견딘 추운 겨울을
어루만지는 빗방울을 머금고
등불을 밝힌 채
보아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지난가을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딸 때
같이 뽑아버릴 것을
마당 한 켠 버티고 선
자리가 못내 허전해
미루어 두지 말 것을.
나의 슬픔
나의 고독을
마주할 용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