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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말씀을 잘 듣자

by 눈항아리

“세탁기 다 돌아가면 건조기 돌려줘.”

아들보다 먼저 자는 새나라의 어머니.

아들보다 일찍 일어나니 일찍 잔다.


세탁기에는 체육복이 들어있다.

다음 날 입고 갈 체육복이 들어있다.

복동이의 소중한 체육복이 두 벌 들어있다.

그러니 절대 잊지 않을 테다.

잠결에 들리는 우렁찬 목소리.

“세탁기에 있는 옷 건조기에 넣어줘.”

복동이가 복이에게 말한다.


아침이 되었다.

건조기가 열려있다.

빨래가 들어있다.

축축한 빨래가 한가득 들어있다.

복이가 그랬다.

형의 말씀을 잘 듣는 복이다.

세탁기에서 꺼내 건조기에 넣어만 두었다.


다행이다.

엄마가 새벽잠이 없어서.


복이에게 가르쳐 주어야겠다.

세탁기 돌리는 법

건조기 돌리는 법


복이는 모른다.

지난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복동이도 모른다.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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