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익어간다 감잎이 떨어진다

by 눈항아리


감나무 가로수 길을 달린다. 감나무 잎이 감 빛깔을 닮아가더니 며칠 내린 가을비에 우수수 떨어졌다. 젖은 낙엽은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며 일으키는 빠른 바람에도 눅눅하게 바닥에 붙어 있다. 바퀴 바람 따라 한 바퀴 휘돌면 재미날 텐데. 마른 가을 낙엽은 달리는 내 발걸음이 만드는 작은 바람에도 딸려 올라와 휘날리던데. 시골길 벚나무 아래 낙엽은 쌩 지나가는 바람 따라 한 바퀴, 두 바퀴 휘돌며 날아가던데. 감잎은 무거워서 그런가, 감잎이 물을 먹어서 그런가.


감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언제 떨어졌을까. 감이 더욱 주렁주렁 달렸다. 감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주황빛이 서늘한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그걸 보고 탐스럽다고 해야 할까 앙상하다고 해야 할까.


언제 휘리릭 날아 내려왔을까. 도롯가 이곳저곳에 황톳빛, 갈빛 낙엽이 어수선하다. 관공서가 모여있는 도로에는 요 며칠 아침마다 누군가 나와 낙엽을 쓴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와 양손에 하나씩 들고 등을 엉거주춤 구부리고 낙엽을 쓸어간다. 때로는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는 기계를 들고 나온다. 낙엽 청소기가 낙엽을 한 곳으로 몰아간다. ‘위잉’ 소리가 크다. 낙엽을 소떼 몰듯 몬다. 낙엽에게 소처럼 우리가 있을 리 없다. 길 한쪽에 소담하게 쌓아 놓는다. 낙엽더미가 딱 방석만 하다. 푹신하게 앉아 볼까? 차를 타고 쌩 지나가며 아쉬울 뿐이다. 낙엽 청소기 좋은데? 우리도 낙엽 송풍기 하나 사자. 마당 청소하면 참 좋겠다.


옆집 담장 위로 커다란 감나무에 감이 익어간다. 감잎도 익어간다. 앞집 마당 가에 선 감도 익어간다. 감잎도 익어간다. 저 많은 감잎이 우수수 떨어진다니. 그 많은 이파리를 바람이 쓸어갔다니.


산에도 낙엽이 진다. 그 많은 낙엽을 바람이 쓸어가지 못하고 작은 골짜기 후미진 곳 도랑에 쌓이고 언덕 아래 구르고 나무 둥치에 쌓이고 쌓였다. 포근하게 방석삼아 노닐고 포근하게 덮고 자는 누군가가 있겠지.


감은 익어간다.

감잎이 떨어졌다.

나뭇가지에 감만 덩그러니.


이전 28화앞에 가는 사람 도둑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