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근영 Apr 10. 2024

글쓰기는 나로부터


독서와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나에게는 그렇다. 그래서 즐겁고 설렌다. 아침 일찍 곤한 몸을 스스로 일으키는 건 그런 설레는 감정 때문이다.


독서는 책 속에서 거창한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닌 개인 경험에 비추어 알맞은 항목을 골라 반추하는 것이다. 토드 로즈의 <집단 착각>에서 소속이라는 것에서, 냉대라는 말에서 나는 미묘한 냉대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선거, 정치가 판을 치는 문맥 속에서 냉대라는 단어 하나만을 끄집어내 내 상황에 맞추려 든다. 독서는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다. 내 독서 내공이 부족한 것일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이란 나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없이 네가 있을 수 없는데 타인을 진정 위하는 글을 쓰라니. 독자를 위해 글을 쓰라니. 읽히는 글을 쓰라니. 팔리는 글을 쓰라니. 어불성설이다. 당최 그런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글쓰기가 좋아서 글을 쓰는 게 아닌 나를 알아가고 주변을 알아가는 신기해 즐거워 글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인데 독자를 먼저 정하라니. 나는 내공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가 보다. 내공이 쌓일 때까지 나는 나의 글을 쓰겠다. 글이라는 걸 쓴 지 1년 여만에 자연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년 더 지나면 타인이든 사회든 보이겠지. 그것이 자연스레 되는 일이지 어찌 강제로 될 일인가.


10년 후에는 또 모르지. 바뀔지.


지난 해 보이지 않던 산 진달래가 점점이 눈에 들어온다. 집 주변 산에는 꽃나무도 없다며 투덜거렸는데 추위에 조금 늦을 뿐이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지난해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뒷산을 가만히 살피니 분홍 점이 산에 한가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