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나에게는 그렇다. 그래서 즐겁고 설렌다. 아침 일찍 곤한 몸을 스스로 일으키는 건 그런 설레는 감정 때문이다.
독서는 책 속에서 거창한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닌 개인 경험에 비추어 알맞은 항목을 골라 반추하는 것이다. 토드 로즈의 <집단 착각>에서 소속이라는 것에서, 냉대라는 말에서 나는 미묘한 냉대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선거, 정치가 판을 치는 문맥 속에서 냉대라는 단어 하나만을 끄집어내 내 상황에 맞추려 든다. 독서는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다. 내 독서 내공이 부족한 것일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이란 나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없이 네가 있을 수 없는데 타인을 진정 위하는 글을 쓰라니. 독자를 위해 글을 쓰라니. 읽히는 글을 쓰라니. 팔리는 글을 쓰라니. 어불성설이다. 당최 그런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글쓰기가 좋아서 글을 쓰는 게 아닌 나를 알아가고 주변을 알아가는 신기해 즐거워 글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인데 독자를 먼저 정하라니. 나는 내공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가 보다. 내공이 쌓일 때까지 나는 나의 글을 쓰겠다. 글이라는 걸 쓴 지 1년 여만에 자연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년 더 지나면 타인이든 사회든 보이겠지. 그것이 자연스레 되는 일이지 어찌 강제로 될 일인가.
10년 후에는 또 모르지. 바뀔지.
지난 해 보이지 않던 산 진달래가 점점이 눈에 들어온다. 집 주변 산에는 꽃나무도 없다며 투덜거렸는데 추위에 조금 늦을 뿐이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지난해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뒷산을 가만히 살피니 분홍 점이 산에 한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