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짓단 꿰매다

by 눈항아리

빨래 개기는 부담입니다. 집에 가면 제일 처음 빨래를 개키자 마음먹었지만 밤 10시 퇴근을 하며 피곤한 몸은 걱정부터 합니다. 몸이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나약한 마음이 걱정하는 겁니다. 그러나 100일 동안 소파만은 사수하겠습니다. 다른 살림은 모두 접어두더라도 하루 한 번 빨래 개기 하나만은 꼭 하겠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세탁기를 먼저 돌리고 소파 위에 있는 빨래를 모두 바닥으로 끄집어 내렸습니다. 하루 빨래라 양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10분 알람을 맞춰 놓고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웬일로 복동이가 옷걸이를 가져다 달라는 엄마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줍니다. 사실 옷걸이는 동생 복이의 전문 분야거든요. 얼떨결에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고맙습니다. 투덜대지 않고 해줘서요. 혼자선 정말 오래 걸립니다.

복실이도 옆에서 자신의 옷을 찾아 뒤적거립니다. 보통 복실이의 옷은 핑크, 보라, 흰색, 아이보리 등입니다.

핑크 하나를 가리키며

“엄마 저건 엄마 거야? ”

“아니 아빠 거. ”

“아빠 반바지가 핑크야? ”

“반 바지가 아니라 속옷이야. ”

“반바지 같은데? 내가 입으면 딱 맞겠네. ”

부들부들한 인견 감촉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빠 속옷을 자꾸 탐냅니다.

“엄마 그런데 왜 아빠도 오빠도 바지 안에왜 반바지를 입어? ”

ㅋㅋㅋ 복실아 그거 다 속옷이야.

삼각을 입는 복실이는 사각을 입는 남자들이 이상할 뿐입니다.

큰 아이들 옷은 특별히 길이가 깁니다. 다리도 팔도 길어 엄마의 팔을 쫙쫙 늘리면 팔이 아픕니다. 빨래에 손을 놓게된 것도 팔이 아프다는 핑계였지요. 급 불쌍모드로 바꾸어 봅니다.

“복아 엄마 팔이 너무 아프다. 네 다리가 너무 긴가봐. ”

복이도 빨래터에 모였습니다.

달복이도 곧 씻을 때 입을 옷을 찾으러 왔습니다. 어제처럼 모두 모여 빨래를 갭니다. 저는 누구의 옷이든 손에 잡히는대로 빠르게 개킵니다. 수건을 다다다 개서 쌓아 놓으니 두 무더기가 나옵니다. 위로만 쌓으면 무너지니 안전하게 한 무더기를 더 만들었습니다.

아빠 거 엄마 거 모두 개어 장롱에 넣었습니다. 요즘 넣는 것은 아이들에게 모두 맡겼었는데 이제 스스로 해보려고 합니다. 옷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 제 손이 닿는 대로 한 칸씩 정리할 예정입니다. 어제는 남편의 옷장 하나를 탈탈 털어 세탁 바구니에 다시 넣었습니다. 버릴 옷은 버리고 세탁되어 소파에 올라와 있던 옷을 오늘 다시 정리해 넣었지요. 양이 적으니 수월하게 끝납니다.

수건 가져다 놓기, 양말 가져다 놓기, 버리기는 등 한 명씩 호명하여 부탁했습니다. 안 입는 옷들은 과감히 버립니다. 양말도 하루 전에 나온 것들이라 짝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완벽한 빨래 정리입니다.

그런데 딱하나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 바지를 안 갰으면 알지 못할 일입니다. 복이의 터진 바짓단이 또 보입니다. 무려 교복 바지입니다. 자전거를 타다 또 뜯어 먹은 모양입니다.

알람은 10분을 지나 15분을 달리고 있습니다. 20분을 예상했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바느질함을 꺼내 바늘에 실을 꿰었습니다. 보인 김에 해야지 안 그럼 잊고 한 해를 보낼지도 모릅니다. 아이도 엄마도 얼마나 서로에게 무심한지 모릅니다. 반성합니다. 바짓단 반이 뜯어진 채로 너덜너덜합니다. 새발뜨기로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방향을 잘못 잡았습니다. 사실 어떻게 하는지 가물가물합니다. 그냥 같은 색 실을 꿰었으니 괜찮겠지 하며 마구잡이로 그러나 조밀한 감침질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오랜만에 골무를 끼고 바늘을 잡으니 손이 신났습니다. 1년째 수선을 기다리는 강아지 인형도 데려와 옆구리를 꿰매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벌써 25분이 지나갑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태산을 옮기다 100일의 기적 2일차 완성입니다.

복이의 교복 바짓단도 꿰매기 성공입니다.

저 좀 기특합니다.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1>
태산을 옮기다 2
살림의 기적, 태산을 옮기다는
소파 위에 쌓이는 빨래를 하루에 한 번 개고 인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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