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는 어린이 책은 정리를 하고 싶다. 하드커버 유아 동화책은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막내가 이제 3학년이니 하나 둘 정리를 해 볼까. ‘한글 다 떼면 정리할 거야. ‘ 마음먹은 지가 언제였던가. 너덜너덜한 만화책도 좀 정리하면 좋겠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 중 보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 그저 내 욕심은 아닐까. 아이들도 이제는 미디어의 노예가 되어 책에서 손을 놓은 지가 오래다.
버리자. 미니멀리즘이 대세라지 않는가.
그리 마음을 먹고 처음 눈에 띈 책은 8절만 한 책이다. 커다란 크기에 책꽂이에서 툭 튀어나와 진로를 방해하는 책이다. 책 세 권을 꺼냈다. 우선은 아이들의 의사를 물어야 하니 바닥에 꺼내 놓았다.
이틀이 지났다.
복실이가 짬을 이용해 바닥에 주저앉아 만유인력의 법칙을 펼쳐놓고 읽고 있었다. 만화책이지만 일단 책이라는 것을 펼쳐만 놓으면 뿌듯하다. 복실이가 보니 달복이도 덩달아 옆에 와 앉는다. 복실이 옆으로 가 딱 붙어 앉더니 머리를 붙인다. 심지어 책을 보려고 머리에 잔뜩 힘을 주어 민다. 이런 신기한 수가 다 있나. 방바닥에 책을 던져만 놓으면 아이들이 읽는 것인가.
오호! 이것은 독서를 위한 묘수는 아닐까.
한 번만 그랬으면 모른다. 펼쳐진 채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책의 페이지가 움직인다. 며칠 걸쳐 천천히 뒷장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한 명이 와 앉으면 또 다른 한 명이 짝꿍처럼 와서 옆에 머리를 붙이고 앉는다. 책을 정리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방바닥에 책 하나를 두고 바닥에 나란히 엎드리고 역시 머리를 붙인 채 책을 보기도 한다.
‘얘들아 이번에는 아르키메데스, 피타고라스도 읽어봐라. ’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책을 슬그머니 다시 책꽂이에 꽂았다.
책 정리를 하기 전엔 방바닥에게 물어봐야겠다. 펼쳐놓고 며칠 기다리면 답을 주니 아주 좋은 방법 같다.
책 버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아동 도서도 마찬가지다. 왜 버리려고 마음먹고 내놓으면 보는 것인지. 언제쯤 책장을 비울 수 있을까. 미니멀리즘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