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이 머리를 감았다.
샴푸를 하고, 린스를 하고,
아빠가 새로 사 온 헤어 드라이기에 붙은
에센스도 사용해 봤다.
복실아 머리가 정말 부드럽다.
엄마 머리도 부드러워.
엄마 머리는 붓 같아.
네 머리는 고운 붓.
내 머리는 서예붓일까?
아이는 엄마의 묶은 머리끝을 쥐어
붓털처럼 만들었다.
엄마 머리는
망가진 붓이야.
웃지도 않고 또박또박 말해서
더 열불이 났다.
아들도 그랬다.
엄마 머리털이 빗자루 같다고.
마당 쓰는 초록 빗자루.
괜찮다.
머리로 글씨를 쓸 것도 아니고
머리로 마당 청소를 할 것도 아니니.
나는 곱슬머리다.
남편도 곱슬머리다.
넷 중 한 명이 몰아서 물려받았다.
학교에서 다들 파마를 한 줄 안다.
자연스러운 베이비펌.
얘들아 혹시 모른다.
너희들도 자라면
큰오빠처럼 자연 파마머리가 될지도
엄마처럼 억센 곱슬이가 될지도
엄마도 어릴 때는
이런 돼지털은 아니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