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한남동 관저 앞
거적데기를 둘러쓴 시민들을 보았다.
눈을 감고
소식을 접하지 않으려고 해도
기사를 찾아보고 슬쩍 내 앞에 사진을 디밀어 주는 남편 때문에 또 하나의 울분이 쌓였다.
남편
때문이 아니라
찬 바닥에 앉아 있던 시민
때문이 아니라
시민을 찍어 올린 기자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문을 막아 놓은 집주인!
너른 집 정원에서 어느 귀한 부인은
한가로이 개와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보온덮개 한 장을 덮어쓰고
밤샘 노숙을 즐기는 사람들은 야광봉 불빛에 의지 해 추위를 녹였을까.
나처럼 눈을 감은
귀부인의 자태가 곱고 고왔다.
밥을 안 먹고, 잠을 안 자고 살 수 있는가.
귀부인도 집주인도 일상을 살아야지.
방바닥이 따뜻하다.
김치볶음밥 해주는 남편의 주말 요리에 기쁨도 누려 보아야지.
그래 나도 일상을 살아야지.
거적데기 한 장 둘러쓴 시민들은 찬 바닥에 앉아 있었다.
눈 내리는 한남동 관저 앞 차디찬 땅바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