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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두 번 돌려도 모자라

by 눈항아리
다둥이 맘은 세탁기 하루에 두 번 돌려도 모자라.


주말에 몰아서 빨래를 한다는 글을 보았다. 부럽고 부럽다. 나는 하루에 두 번 빨래를 안 돌리면 폭탄 빨래를 맞는다. 식구 여섯. 그중 넷은 남자다.


겨울이라 두꺼운 옷이 많다. 여름에는 쉰내가 난다. 어쩔 수 없이 두 번을 돌린다. 밤새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대부분은 조용한 기계음에 솔솔 단잠을 자지만 금속 단추가 옷소매 어딘가에 달려 있거나, 지퍼 쇠붙이가 있는 날이면 덜커덕 거리는 소리에 선잠을 잔다. 건조기에 구김 방지 기능이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려도 잠자며 눌러놓는다. 그래도 구겨지는 옷은 건조 후 그 옷 하나만 더 돌린다. 건조기가 돌아가는 동안 세탁기는 또 돌아간다. 이틀 수건을 안 빨면 수건이 없다. 그러니 쉴 수가 없다. 이틀 양말을 안 돌리면 양말이 없다. 하루 건너 체육복을 안 빨면 중학생들 바지가 없다. 아이코 내 신세야.


질질 흘리는 건 얇은 옷에나 흘리는 것 아닌가. 아이들은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외투에 먹는 것을 흘려온다. 큰 아이들은 좀 미안한 건지 안 지워질까 걱정이 되는 건지 음식물을 흘리면 이제 이야기를 해 준다. 다음날까지 빨아 달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세탁 요청이 들어오면 나는 새벽잠을 줄여가며 빨래를 한다. 옷을 안 입고 나갈 수는 없으니 기한을 꼭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못 말리는 모범생 엄마다. 겨울 외투는 자주 빠는 게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도 묻은 걸 어떡하란 말인가.


이불은 각자 하나씩 덮고 자고 까는 이불, 베갯잇까지 때때로 빨려면 열흘은 잡아야 한번 세탁을 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만 빨아도 사흘에 한 번은 이불 세탁을 해야 한다.


나는 전생에 세탁부를 관장하는 신이 아니었을까.

빨래야 나 좀 놔줘라.

그래서 어쩌라고 너 애 많다. 빨래 가지고 그만 좀 징징거려라. 누가 네 한 서린 빨래 글을 읽어 준다냐? 다둥이 맘, 아들 셋 엄마도 있을 거다. 요즘은 다들 아이를 안 낳는다는데? 아무나 보지 마시라.



다둥이 맘들만 보시라. 아들 셋 이상 맘도 보시라. 힘 내시라. 나 날 보고 힘 내시라.


나는 푸념 어린 말을 많이 한다.

한탄이다.

나 같은 사람도 옷을 빨아 입고 산다.

나도 밥 해 먹고 산다.

나도 잘 산다.

그러니 엄마들 주부님들 힘 내시라.

우린 모두 잘 살아가고 있다!


집에는 언제 가냐. 아직 근무 중.

마감시간 20분 전 주절주절 중임.




복이는 오늘 패딩에 구멍을 냈다. 솜이 하나 둘 셋 퐁퐁퐁 구멍에서 솟아났다. 온풍기 바람을 타고 날았다. 그 패딩은 빨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패딩 수선을 검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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