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세탁기 풀가동의 날입니다. 토요일 밤부터 세탁기가 바쁘지요. 소파에 쌓이는 빨래의 양도 더불어 많아집니다.
그러나 낮에는 빨래를 개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개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매일 개던 시간이 좋습니다. 하루에 한 번만 약속을 지킵니다. 평일 퇴근과 같은 시간 잠자기 전까지 미뤄놨더니 정말 태산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안 오고 버티는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갑니다. 고성이 오가고 비난의 화살이 빨래더미 위를 날아다닙니다. 그러나 저는 묵묵히 빨래를 갭니다. 양이 많으니 싸우는 아이들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습니다. 아들 셋이 각자의 옷을 가지고 가니 빨래 더미가 순식간에 작아집니다.
싸움 속에서 빨래를 적게 갤 것인지, 전쟁 중인 아이들을 모두 몰아내고 태산 같은 빨래를 혼자 다 갤 것인지 고민하다 전쟁터를 택했습니다. 정신이 사납지만 아주 빠르고 좋기는 합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빨래를 갤 수는 없고 어떻게 싸움을 평정할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빨래터 싸움을 잠재우고 나면 많은 일꾼들을 얻을 수 있으니 신중히 고민해 볼 일입니다.
제 할 일만 하면 될 텐데, 왜 아이들은 자신의 빨래를 개며 타인에게 심통을 부리는 걸까요? 그리고 왜 항상 빨래터를 피하고 싶은 사람이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안 하고 꾀를 부리고 있으면 엄마가 해주니까 그런 걸까요? 스스로 자신의 빨래를 정리하고, 스스로 평생 친구 빨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