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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말이 마른 낙엽은 겨울의 끄트머리에

by 눈항아리

복실이가 말했다.

겨울은 갈색이야.

원래는 하얀색인데 눈이 안 왔으니까.


맞다.

겨울은 메마른 낙엽 색이다.

비쩍 마른 채 몸을 잔뜩 구기고 제 자리라며

다 늦은 겨울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냉동말이 삼겹살 같은 겨울 낙엽 색깔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땅바닥에 제 몸 떨구기를 저어하며

허상같이 바스락거린다.

떨어지면 바람에 마구 날아갈 것을 아는 것이지

떨어지면 뒹굴며 저도 모르게

낮은 곳으로 휩쓸려 갈 것을 아는 것이지

돌돌돌 우스꽝스러운 겨울바람 소리를 내며

돌돌돌 말려 간신히 붙어 있었다.

하얀 눈을 맞고도 붙어 있었다.

봄비를 맞고선 진한 갈색이 되었다.

축 늘어져 바닥으로 떨어질까?

초록싹이 피어나야 자리를 내어줄까.

근근이 마른 가지에 붙어 시소를 탔다.


낙엽은 겨울의 끄트머리,

봄비를 맞아 물오름이 시작된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서서

아직 봄을 기다린다.


봄바람에

나뭇가지 우아한 춤사위가 시작되면

휘청휘청거리다

뿌리부터 올라오는 서늘한 물줄기에

나뭇가지 부르르 몸을 떨어대면

돌돌말이 마른 낙엽은 못 이긴 척

공중그네를 타듯 우아하게 나부낄 테다.


돌돌말이 마른 낙엽은 왜 그곳에 서서

겨울바람을 버티었을까.

정말 봄을 기다리는 걸까.

떨어지기 무서워 그러는 걸까.

겨울바람이 춥지도 않았을까.

떨어질 기회를 놓친 것일까.

아직 오지 않은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싫을 수도.

그게 뭣이든

돌돌말이 마른 낙엽은

봄 생명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테다.



기다리는 봄이 나뭇가지 끝에서부터

살그머니 한발 내딛기를 기다리며

나는 매일 겨울 낙엽을 보았다.

꿋꿋한가, 서글픈가, 누가 보아 주기나 하는가.

나는 봄 새싹을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매일 겨울의 낙엽을 보고 있었다.


나는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매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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