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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는 억울했다

by 눈항아리

깜빡하고 어제 인증 사진을 못 찍었다. 빨래를 개고 얼른 찍어야 한다. 건조가 다 된 다음 빨래가 금방 나와 쌓이기 때문이다. 잊고 있는 사이 다음 빨래가 나왔다. 억울한 일이지만 아침에 한 무더기의 빨래를 다시 개고 소파 인증 사진을 찍었다.

생각해 보면 어차피 다 갤 빨래인데 억울할 일도 없다. 한 일이 무산된 것도 아니다. 그저 조금 미뤄졌을 뿐이다. 지난밤 소파 사진이 없다는 걸 발견했을 땐 분하고 원통했다.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의 정신머리를 탓하고 바로 아이들이 소파에 앉은 것을 탓했다. 빨래가 다시 소파를 차지한 것에 대해 어이가 없었다. 세상 참 분한 것이 많기도 하다. 그렇다고 서랍장에 개 넣은 빨래가 도로 걸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깜빡이 정신을 탓하며 아침의 빨래를 갰다. 덕분에 아침의 소파가 깨끗하다. 소파는 아침 햇살을 받아 따뜻해 보인다.

세상 억울한 일도 다시 돌아볼 일이다.

늘 정신을 잘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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