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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작은 행복

by 눈항아리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1>
태산을 옮기다 58
살림의 기적, 태산을 옮기다는 소파 위에 쌓이는 빨래를 하루에 한 번 개고 인증합니다.

퇴근이 늦었다. 모과를 또 한 박스 썰고 퇴근한 참이었다. 그래서 당당히 아이들에게 외쳤다. 자기 옷을 가져가시오! 일사불란하게 아이들이 자기 옷을 정리했다. 빨리 정리해야 할 이유가 있는 금요일 밤이라 그랬다.

옷이 없어지자 소파가 훤하다. 곧 남자 셋이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두 손을 곱게 가슴께로 모으고 소중한 것을 받들어 모시며 게임의 세계로 들어섰다.


순식간에 옷을 치웠다. 빨래 개기는 소소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빈 소파는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 식구들이 차지하고 앉은 가득 찬 소파는 은근한 기쁨을 준다. 비움과 채움이란 정반대인 것 같지만 그리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오늘의 삶에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 모두 담을 수 없고 태산처럼 쌓을 수 없으니 작고 소중한 보물을 오늘도 하나 발견하면 좋겠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세 남자. 새벽 1시까지도 게임을 받들어 모시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소소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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