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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땐 뒤돌아보지 말자

2024년 12월 2일 일요일

by 눈항아리

일요일 빨래 공장은 풀가동되었다. 그래도 한 바구니 아니 두 바구니의 빨래가 대기 중이다. 건조기에는 또 한 바구니의 빨래가 건조되고 있다. 일요일 낮, 남편의 지휘 아래 한 번 소파가 비워졌다.

저녁 5시까지 누워 있었다. 나는 잠으로 피로를 푸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잠탱이. 남편의 말로는 다른 사람은 월요병이 있다는데 나는 일요병이란다. 쉬면 아프다. 긴장한 몸이 이불에 누우면 늘어지고 흐물흐물해진다. 나에게 쉬는 날이란 그러라고 있는가 보다. 아무것도 못 하고 어스름 짙어오는 저녁이 되었다. 없는 반찬을 모두 그러모아 밥을 차렸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얹어 돌리고 돌아앉았다. 밥을 먹고 좀 움직이니 잠탱이가 사람이 되었다.

하루 종일 누워 안 쓴 손과 팔은 조금 복구가 되었다. 더 복구되라고 소파 위의 빨래는 그냥 두었다. 혼자는 힘들 것 같다. 월요일엔 출근해 일을 해야 할 귀한 손이라 지켜줘야 한다. 큰 빨래들이 너무 많아 혼자 만세를 해 가며 펴고 털고 하면 팔힘이 꽤 들 것 같다. 팔과 다리가 내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큰 아이들 옷이 대부분이라 일어나면 옷부터 가지고 가라고 해야겠다.

쉴 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쉬어야 한다. 나의 인생 지론이다. 주말에 가족들 밥을 안 준 핑계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주부도 쉴 땐 쉬어야 한다. ​그리고 종일 잠을 자면 꿀 피부가 된다. 일요일 제대로 쉬었다.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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