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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는 집안일 무한 생성기

집안일은 티가 나도록

by 눈항아리

빨래를 개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다. 태산을 옮기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 것일까. 태산을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태산을 옮기는 것 말고도 할 일이 태산이라서 그렇다. 소파를 비우는 일은 살림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 불과하다. 하루 일과 중 빨래가 차지하는 부분은 정말 미미하다.

우리가 이루어 내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내가 지켜내는 이름 없는 수많은 소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소파에서 빨래를 덜어내는 일이 태산이라고 한다면 나는 하루에 몇 번의 태산을 옮기는 것인지 셀 수가 없다. 어제도 수고했고 오늘도 수고했다. 늘 수고가 많다. 나야.

우리는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럼 오랜만에 긍정 외침을 한 번 해 볼까.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목표가 분명한 사람이다.

나는 늘 도전하는 사람이다.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다.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다 이루는 사람이다.

나는 멋진 사람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

살림을 살면서 만족을 하기가 쉽지 않다. 부족한 부분이 늘 보이기 마련이다. 쌓인 먼지는 늘 보이고 정리 안 된 모든 것들이 눈에 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모두 하고 산다면 나는 잘 수 없겠지.

나는 무한대로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무한 생성기 여기 있었네. 주부는 집안일 무한 생성기다. 슬픈 현실이지만 눈을 감고 살 수 없으니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 자고 안 먹고 살림만 무한으로 할 수는 없으니 취사선택이 최선이다. 쏙쏙 골라서 맛보기로 하자. 꼭 해야 하는 것을 고르고 그 외에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주부의 부름을 받을 집안일 줄섯! 그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 둘 셋만 쏙 고르자. 스스로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것으로 고르는 게 중요하다.

참으로 알뜰살뜰 대충대충 설렁설렁 살림 참 쉽게 하네.

지난 주말에는 잠시의 짬을 내 오래간만에 화장실 청소를 했다. 오래간만에 청소를 하니 얼마나 청소한 티가 나는지 남편이 칭찬을 다 해줬다. 티가 나도록 일을 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안 치우고 살다 오랜만에 치우면 티가 확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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