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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는 날, 아이들은 각자의 빨래를 알아서 갠다. 엄마와 아빠가 사이좋게, 빨래를 개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 때문이다. 치사하다. 더욱 치사한 것은 엄마와 아빠의 옷, 양말은 부탁하지 않으면 안 갠다는 사실이다. 나는 뭐든 다 해주는데.
그래도 수건은 개 주어서 다행이다. 누군가 수건으로 탑을 두 개 쌓아놨다. 두 개의 탑 중 하나는 소파 위에, 또 하나는 바닥에 있다. 소파 위의 수건 탑 옆에서 복실이가 뜀뛰기를 했다. 탑이 무너지려고 한다.
아이들이 게임기를 들기 전에 먼저 수건 정리를 부탁했다. 한 무더기는 달복이가 또 한 무더기는 복이가 정리한다.
각자의 옷은 이제 알아서 잘 갠다. 자신의 일만 잘해도 감지덕지다. 아이들이 떠나고 거실에 홀로 앉아 남은 빨래를 갠다. 옷가지 몇 개와 짝 없는 양말이 쓸쓸해 보인다.
달복이와 복실이가 곧 게임기를 집어 들고 소파에 와 앉았다. 엄마가 빨래를 다 개고 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소파에 앉아 있다. 실내 자전거를 달리는 중간에 거실 창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쌩쌩 들어온다. 복실이와 달복이는 이불을 가져와 이불속에서 게임을 한다. 소파 위에 그들의 아지트가 마련되었다. 그래도 추웠던지 꼬마 둘은 금세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불 허물을 소파에 벗어둔 채로 후다닥 들어갔다.
그 속에서 오레오를 먹었더군. 깜장 부스러기를 잔뜩 흘려놓았더군. 과자 봉지가 이불속 소파 위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무한 잔소리를 듣기 전, 엄마의 한 마디에 달복이가 달려 나와 과자봉지 쓰레기를 주워 버리고 물티슈로 까만 부스러기를 닦았다.
소파는 가만 앉아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다. 우리 가족을 가만 앉아 보고 있으면서 얼마나 웃을까 싶다. 소파는 어떤 미소를 짓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