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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차에서 생각한다. 집에 가서 할 일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획한다.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으니 빨래 개는 일을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가 문제. 아이들에게 미리 빨래부터 해치우자고 말했다.
두 무더기의 빨래가 있다. 10분 알람을 맞추고 시작한다. 계획을 미리 짜 놓으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9분 만에 빨래를 정리하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
마음먹기에 따라 어느 날은 태산과 같고 어느 날은 작은 언덕과도 같은 빨래더미이다. 10분에 해치울 일이라 생각하니 10분에 없어졌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정해진 일을 맡겼다. 정해진 시간에 끝내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움직였다. 애초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9분 만에 빨래 정리가 끝났다. 삶의 모든 일이 빨래 개기만큼 쉬우면 참 좋겠다.
마음을 짓누르던 태산과 같던 빨래 더미가 이제는 가벼워지나? 늘 그런 건 아니고 가끔 그렇지만 말이다. 마음의 짐 하나를 털어버린 것 같다.
모든 집안일이 가볍기만 하면 좋겠다.
빨래를 개고 소파를 지키는 ‘태산을 옮기다’는 빨래를 없애버리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빨래와 친한 친구는 아닐지라도 함께 성장해 가는 동료 정도의 사이로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
그림자와 같은 빨래 녀석이지만
마음의 짐이 조금 가벼워지는 등급으로 한 단계 친밀도가 올랐다.
빨래의 존재가 더욱 가벼워져
공기와 같아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태산을 옮기자.
평생 동반자로 포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