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온 다섯 개의 야채 박스 개봉 후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브로콜리 8개 중 3개가 남았다. 열심히 데쳐먹고 있다. 상비군과 같은 매일 반찬이다. 아이들은 이제 같은 반찬이 지겹지도 않다. 매일 그 밥에 그 찬이니 그러려니 하는 걸까. 매일 된장국을 즉석에서 끓여대니 남편은 그 신속함에 한편 놀라기도 하였다. 그러나 입은 새로운 반찬을 매일 원하니 어쩔 수 없이 미역국을 끓였다. 그래도 브로콜리는 늘 같이 다니는 짝꿍과 함께 상에 올랐다.
시간차로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학원 갔다 늦게 오는 녀석 따로, 일 바쁘기 전에 먼저 먹어야 하는 남편 따로, 놀다 아무 때나 들어오는 둘째 따로, 고모랑 놀러 나간 꼬마 둘은 또 따로. 오늘은 따로 밥이다.
마침 나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복이가 들어왔다. 미역국을 싫어하니 고기 많이 건더기 조금 국물은 더 많이 퍼주었다. 잡채를 좋아하니 남은 잡채를 다 퍼주었다. 김치를 놔주니 저 알아서 먹겠다며 또 막아댄다. 브로콜리는 놔주지도 못하고 뚜껑을 열어 두었다. 초장만 커다란 그릇에 따로 담아줬다. 나는 미역국에 밥 말아 김치를 척 얹고 후루룩 쩝쩝 먹고 있었다. 복이는 잡채가 맛있다며 밥 위에 얹어 비며 먹었다. 맛있단다. 오~~~ 복이가 잡채에 들은 야채를 골라내지 않고 다 먹는다. 최고! 앉은자리에서 바로 야채를 잘 먹은 걸 칭찬했다. 복이가 야채를 먹는 건 정말 특이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더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 밥을 다 먹고 일어나던 복이가 커다란 브로콜리를 집어 초장을 듬뿍 찍더니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브로콜리를 박스로 산 보람이 있었다. 감격의 물결이 파도가 되어 브로콜리에 초장을 찍고 마구 사진을 찍었다. 복이는 벌써 용돈을 받아 식후 라면을 사 먹는다며 나간 후였다.
브로콜리 박스 님께 감사를 드리고 돌아서는데 오늘의 일등공신 초장 님이 보인다. 초장 님께 더불어 감사를 전한다.
“여보! 우리 아들 복이가 브로콜리를 먹었어요! 브로콜리에 초장을 듬뿍 찍어 먹었어요! ”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 “초장을 좋아하니까 그렇지.” 그런다. 맞다. 복이는 초장에 밥도 자주 비벼먹는다. 혹시 브로콜리가 아니라 초장을 먹으려고 초장 듬뿍에 브로콜리를 얹어 먹은 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