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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인다

<이부자리> 중

by 눈항아리

이불을 턴다.

먼지가 인다.

보이지 않아도 먼지의 존재를 안다.

내가 끌고 들어온 먼지,

내 몸과 머리와 옷자락에 붙어 집으로 들어왔을 먼지.

내가 만들어낸 먼지,

내 몸이 만들어낸 세포들의 마지막 모습.

내가 연 문을 통해 들어온 먼지,

슬금슬금, 때로는 바람을 타고 훅,

때로는 내 발길을 따라 쪼르르 걸어 들어온다.

살짝 연 창문으로 들어온 먼지,

끼어있다 얼른 창틀을 넘어 들어온다.

이불을 털고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기다리지 못하고 청소기를 휘이 돌렸다.

먼지가 청소기 바람을 타고 훌훌 날아오른다.

퇴근 후 빈 방 청소기를 돌린다.

마른 먼지가 풀썩거리며 일어난다.

일부는 청소기 안으로

일부는 앉을자리를 찾아 훨훨 난다.

흰 눈이 소복하게 온 세상에 내려앉는 것처럼,

먼지도 온 방과 사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내려앉는다.

​먼지는 세상 공평하다.

보이지 않는 그 녀석은 새삼 대단한 존재인 것 같다.

​​​

복이가 자신의 이불을 손수 정리한다.

이불과 요, 베갯잇을 세탁실에 꺼내 놓았고,

침대 매트를 들어 올렸다.

청소기를 가져가 먼지 청소를 했다.

아이 스스로 잠자는 곳을 청소하다니!

오 놀라워라!

아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침대를 청소하며

먼지가 정말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청소기 틈새 솔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손 걸레로 먼지를 닦아냈다.

복아 멋지다.

네가 먼지의 존재를 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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